사안은 4급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자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3급 승진 대상자로 결정됐음에도 소청심사위원회로부터 승진 임용 신청을 받은 행정청이 그에 대해 적극적 또는 소극적 처분을 하지 않자 부작위(不作爲)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제소 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전심 절차를 거친 경우에는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에 관한 행정소송법 제38조 제2항에서 취소소송의 제소 기간에 관한 제20조를 준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제소 기간의 제한을 받는다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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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의 내용은 제소 기간과 전심 절차에 관해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과 무효 확인 소송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무효 확인 소송은 제소 기간과 전심 절차의 제한을 받지 아니하나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은 그 제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제한을 받는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설시(說示)한 바와 같이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에 대한 제소 기간 제한은 제소 기간의 기산점을 정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기므로 개념상 제소 기간의 제한이 존재할 수 없다. 반면 행정심판 등 전심 절차를 거친 경우에는 ‘재결서를 받을 날’이라는 제소 기간의 기산점이 분명하므로 그 날부터 9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
사실 실무상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은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 처분청이 바로 인용하거나 거부하는 처분을 내리는 것이 보통인데 그렇게 되면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에서 소의 이익이 사라지게 되므로 소송 도중에 거부 처분 취소 소송으로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다른 소송과 달리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에 대해서는 판례도 많지 않다. 이번 판결은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의 성격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3급 승진 대상자로 결정된 공무원은 자신의 승진 임용을 신청할 조리(條理)상 신청권을 가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무원의 조리상 신청권에 대응하여 행정청은 승진 임용 신청에 대해 그 신청을 인용하는 적극적 처분을 하거나 거부하는 소극적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응답의무가 있고 응답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 부작위는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공무원의 승진 여부를 행정청의 재량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조리상 신청권을 인정한 점은 의미가 있다. 우리 대법원은 사법연수원 수료 예정자가 검사 임용 신청을 했다가 탈락하자 임용 여부는 임용권자의 자유 재량에 속하나 임용 여부에 대해서는 적법한 응답을 신청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대법원 90누 5825판결). 당시 판결에서도 조리상 행정청에 대한 적법한 응답신청권을 인정한 바 있는데 이번 판결 역시 원칙적으로 자유 재량에 속하는 공무원의 임용, 승진 등에 대하여 조리상 적법한 응답의무를 인정하여 자유 재량의 범위를 제한하고자 간적접으로 노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2012-12-0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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