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미래부 신설 관련 반발 움직임…“이름만 바꾼 경제·산업 부처될 수 있어”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 조직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외부로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5년 전 조직 개편 과정에서 여성부와 통일부 등의 폐지 여부를 놓고 여성계 등의 반대가 거셌던 전례를 보면 이번 과학계의 반발로 정부 출범 초기 국정이 혼선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등 과학기술 단체들은 이르면 1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방문해 신설되는 미래부의 중점 업무가 기초과학 등 과학기술 분야가 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미래부는 현재 지식경제부의 연구개발과 기술 정책,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분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기획재정부의 장기 전략 수립 등의 기능이 합쳐지는 매머드급 부처가 예상된다. 과학계와 ICT계는 이명박 정부에서 사라진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사실상 미래부에서 부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에서 과기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편입되면서 과학계는 기초과학이 홀대를 받아 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래부 신설 논의 방향이 기득권을 가진 경제·산업 부처에 의해 좌우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과학·ICT계가 내부에서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향후 미래부가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아닌 이름만 바꾼 경제·산업 부처의 성격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업무 성격이 확연히 다른 ICT가 미래부에 포함될 경우 새 정부가 기대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과실연 등이 지난 9일 긴급 현안 토론회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강신영 전남대 응용화학공학부 교수는 “교육 현안 때문에 현재 교과부에서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과학기술이 중요한 이슈가 되지 못했는데 미래부가 신설돼도 이 같은 현실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과학기술은 장기적, 정보통신은 중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한다”면서 “단기적인 현안에 집중하는 공무원에게 미래지향적인 과학기술은 소외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2013-01-11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