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정책 공보·실무 조율 지략가
외교부 심의관들은 담당 국장과의 ‘콤비 플레이’를 통해 업무 시너지를 높이는 주축이다. 각 국별 주요 활동을 알리는 공보관을 맡고 있는 동시에 ‘실무 조율사’ 역할을 한다. 입부 15년차를 넘기며 중간 간부로 정책 실무를 이끄는 과장급(직제상 팀장 포함)은 현재 총 80명이다. 외교부 요직으로 가는 코스인 이른바 ‘청·비·총’(청와대 근무, 장관 비서실, 총무과 인사담당) 출신이 적지 않게 포진하고 있다. 과장급은 튀는 걸 싫어하는 외교부 생리상 존재감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상호 경쟁과 견제를 벌이는 춘추전국시대의 지략가들이다.심의관급인 김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차석대표는 미·중 및 북핵 업무를 두루 거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서 근무했고, 김성환 장관 때 보좌관으로 발탁됐다. 주미·주중 서기관을 지내 주요 2개국(G2·미, 중) 현안에 밝다. 북핵협상과장 시절 북한과 직접 비핵화 협상을 한 경험도 있다. 온화하지만 강단이 있어 미래의 ‘큰 그릇’으로 주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철민 국제기구국 협력관은 군축 다자외교 분야 전문가다. 군축비확산과장에 이어 주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으로 주요 정무인 북핵과 테러 문제를 다뤘다. 적극적이고 치밀하다는 평이 많다.
여승배 북핵외교기획단 부단장은 청와대와 장관보좌관 등 청·비 두 보직을 경험했다. 북핵 2과장, 주미·주중 공관 업무도 경험해 북핵은 물론 미·중 모두 이해도가 높은 ‘하이브리드’형으로 꼽힌다. 부내 업무 신임도가 두텁다.
김기홍 동북아1과장은 주일 참사관 등 일본 근무만 세 차례하며 ‘재팬(일본) 스쿨’의 계보를 잇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외교가 정면충돌했을 당시 ‘태풍의 눈’에 있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보낸 항의 서신을 일 외무성에 돌려주는 임무를 수행하다 문전박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대중 외교의 첨병인 박기준 동북아2과장은 ‘자수성가’형이다. 상고 출신에다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지만 성실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에서만 7년간 근무한 ‘판다 허그’(중국 라인)로, 2002년 탈북자를 쫓아 베이징 총영사관에 난입하는 공안을 저지하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다자외교 핵심 무대인 유엔 실무를 맡고 있는 임갑수 유엔과장은 북핵 및 군축 문제 전문가로 통한다. 주유엔대표부 참사관을 지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현안을 다룬 ‘유엔 안보리 제재의 국제정치학’ 등 관련 분야 저서만 3권을 펴냈다. 부지런하고 뚝심도 갖춘 ‘독일 병정’ 스타일이다.
원도연 공보담당관은 국정홍보처 출신으로 언론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다자 통상 분야를 5년간 해 경제 현안에 밝고 정무 감각도 뛰어나다. 우직하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 국민의 전 세계 사건·사고에 대응해 일명 ‘5분 대기조’로 불리는 홍순창 재외국민보호과장은 중국에서만 세 차례 근무한 ‘중국통’이다. 지난해 3월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의 중국 구금 때 교섭 실무를 담당했다.
장욱진 북미1과장은 장·차관 비서관에 이어 인사제도팀장을 맡는 등 ‘비·총’ 경력을 갖고 있다. 친화력이 좋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재직할 때 비서관을 지냈고, 장관 영전 후에도 비서관으로 재발탁되는 등 반 총장과 인연이 깊다.
1992년 중동 전문가로 특채된 박웅철 중동2과장은 부내 최고의 ‘아랍통’으로 꼽힌다. 고교와 대학을 각각 요르단과 이집트에서 나왔고, 입부 전 코트라 직원으로 중동 현지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외시 32회의 허정애 국립외교원 직무연수과장은 동기 중 가장 먼저 과장에 발탁됐다. 국제법률국에서만 6년간 근무해 국제법 및 해양·영토 문제에 밝다. 과장급 중 막내이지만 장차 외교부 여성 파워로 성장할 기대주로 꼽힌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3-10-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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