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충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쯤 충북 괴산고등학교에 40대 남자가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 정비공 작업복을 입은 이 남자는 청주시 신봉동의 한 자동차정비소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송한영(45)씨 였다. 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한 송씨는 “고향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5만원권으로 현금 3000만원을 전달했다. 송씨의 고향은 괴산군 소수면 아성리다. 이 돈은 송씨가 수년 전 지인에게 거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해 포기하고 있던 것 가운데 일부를 최근 받은 것이다. 송씨는 거액을 기부하면서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학교 측에 수차례 당부했다. 송씨는 학교 측의 끈질긴 요구에 사진 한장만 찍고 연락처도 남겨놓지 않은 채 바로 학교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교와 고향 후배들을 생각하는 송씨의 선행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최근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
괴산고는 송씨의 기탁금을 일단 이율이 높은 정기예금 상품에 예치할 계획이다. 이후 ‘송한영 장학회’를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다. 괴산고 전원태 교장은 “송씨의 뜻에 따라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며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며 “송씨의 장학금이 미래의 리더로 학생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괴산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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