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내진 설계율 높이고 지진가속도 계측기 확충매뉴얼 개선…내진 강화 민간시설 지방세 적극 감면
경북 경주를 강타한 지진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전국의 지자체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과 내진보강 작업에 나서는가 하면 지진대책을 전면 재검토, 대응 매뉴얼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내진보강 공사를 한 민간시설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된다.
울산시는 2025년까지 현재 44%인 공공시설물 내진 설계율을 10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애초 계획보다 15년 앞당겼다.
지난 12일과 19일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경주시가 속한 경북도 역시 공공시설물의 내진 설계율을 현재의 35%에서 70%대로, 민간시설물은 34%에서 50%로 각각 높일 계획이다.
1978년 홍성에서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던 충남도는 내진 설계 여부 등 전반적인 시설물 점검에 나서고 홍성 강진 발생 38년째인 다음 달 7일 대대적인 지진 대피훈련을 벌이기로 했다.
경기도와 충북도, 강원도, 경남도, 부산시, 광주시 등도 투자 우선순위를 정해 학교, 대피시설, 교량, 터널 등의 내진보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공공시설물의 내진 설계율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주요 공공시설과 대피소 등에 대한 내진 설계 여부 등 지진 대응 능력을 꼼꼼히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는 지진 발생을 조기 감지하는 장비인 지진가속도 계측기를 확충하고 관련 정보를 직접 제공할 계획을 마련했다.
광주시는 재난관리기금 5억6천만원을 들여 각 구청에 지진가속도 계측기를 설치하고 인천시도 동구, 남구, 부평구, 옹진군 등 4곳에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울산시의 경우 지진가속도 계측기를 자체 분석할 수 있도록 지진 전문직 공무원 2명을 채용키로 하고 국민안전처에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고리와 월성 원전, 석유화학시설 등 위험시설이 산재해 있지만 지진 관련 전문직 공무원이 없고 지진가속도 계측기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다.
부산시는 공공청사에 설치한 지진가속도 계측기 자료를 근거로 지진 규모와 진동 등의 정보를 시민에게 실시간 제공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내년 3월까지 재난안전본부와 17개 소방서에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기상청에서 전송한 지진정보를 관공서나 학교 등 공공시설에 전달, 행동요령을 자동 방송하도록 하는 장치다.
일부 지자체는 민간시설물의 내진 설계율을 높이고자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의 민간 건축물에 내진 기능을 보강하면 취득세와 재산세 등 지방세를 감면해 준다는 것으로, 경북도는 앞으로 양도소득세 등 국세도 감면하도록 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부산시는 공공시설물에만 적용하던 내진 인증제를 민간시설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진 대응 매뉴얼 보완도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강원도는 이달 중 포켓형 지진·해일 대응 행동요령 리플렛을 제작, 공공·관계기관에 배포하고 도민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각종 행사 때 지진 대응 행동요령 영상을 상영하고 안전모와 손전등 등 지진대비 비상용품 비치 운동을 벌인다.
충남도는 지진 발생 때 주민행동 요령과 대피소 위치 등을 다시 정리하기로 했다. 국민안전처가 작성한 지진 매뉴얼을 지역 실정에 맞게 도민이 보기 편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해안도시들은 대부분 연약지반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개발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한 대구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21일 “고층 빌딩이나 공공시설, 원전 등 특수구조물은 어느 정도 지진에 대비돼 있다”며 “지진을 자주 겪지 않아 심리적으로 더 불안할 수 있는 만큼 각 지자체는 주택, 학교, 체육관 등 생활과 밀접한 시설에 더 신경 써 주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