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노량진 지하배수로 가보니
돌담길 걷듯 가다 보면 수산시장경인선·서울광장배수로보다 먼저
구간마다 시대별 역사·기술 녹아
|
이창우(오른쪽) 동작구청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지하배수로’ 개통식에 참석한 뒤 도시건설국장, 지역 주민 등 20여명과 함께 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동작구 제공 |
노량진 지하배수로는 우리나라 최초 철도 경인선이 개통되기 전인 1890년대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하수박스다. 동작구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배수로인 이곳을 걷기만 해도 근대 토목시설물 교육이 절로 되는 문화 보행로로 탈바꿈시켜 지난 5월 말부터 시민에게 개방했다. 92m의 배수로를 걸으며 서로 다른 시기에 지어진 배수로 다섯 구간의 모습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에 다다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면 노량진 수산시장 뒤편에 이른다.
이 배수로는 10여년 전까지도 도심 빗물과 오수를 배출했다. 동작구는 2008~2011년 침수해소사업으로 일대 하수관로를 정비하던 중 이곳을 발견했다. 이후 동작구·서울시 합동조사 결과 2014년 문화재로 지정된 서울광장 지하배수로(1910년 전후 축조)보다 20년 가까이 앞서 축조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곳은 1890년대 최초 매설된 구간, 1960년대 경부선 복선화 시 설치된 구간, 1970년대 수도권 전철화 시 설치된 구간 등이 공존해 근대 하수관로 체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기술·역사적 보존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으로 평가받았다.
130여년 전부터 서울 도심 아래에서 묵묵히 일해 왔던 배수로가 이제는 시민에게 모습을 드러내며 오랜 역사를 보여 주는 역할을 맡게 됐다. 시설 관계자는 “되도록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최소한의 정비만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시민들은 육안으로도 다섯 가지의 서로 다른 토목 구조를 알아볼 수 있다. 한 구간은 사각형 철근 콘크리트로 구성돼 정사각형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는가 하면, 천장이 아치형으로 된 구간도 있다. 또 다른 구간은 큰 사각형 돌을 차곡차곡 쌓아 성곽 같은 느낌을 준다.
지하배수로로 들어가는 길 한편에는 영상 전시 공간을 마련해 주민들이 근대 철도와 노량진의 역사를 담은 영상을 볼 수 있게 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근대 하수체계 형성기에 건설된 노량진 지하배수로는 서울의 도시 발달과 근대 하수로의 발전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노량진 지하배수로가 특별한 역사 교육의 장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2022-06-06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