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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준 중랑경찰서 조폭·마약반장 박상준 중랑경찰서 조폭·마약반장 |
박 반장의 별명은 ‘찬바람’.한번 수사에 돌입하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고 조폭들이 붙여준 별명이다.조폭 수사를 오래 하다 보면 “더 큰 것을 불겠으니 나는 좀 선처해 달라.”고 은근히 타협을 시도하기도 하지만,박 반장의 반응은 ‘찬바람 쌩쌩’이다.안면이 있건,제보를 하건 상관없이 벌은 죄 지은 만큼 받으라는 것이다.
박 반장의 집념을 보여주는 일화 한토막.지난해 여름 중랑구 일대에서 3개월동안 무려 24차례나 절도·강간 행각을 벌인 범인을 잡으려 강력 4반 전체가 ‘양아치’로 위장한 적이 있다.박 반장부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저마다 장발에 귀고리,팔뚝 미용문신까지 새기면서 관내 우범지역에서 깊숙이 잠복한 끝에 범인을 검거했다.4년동안 부하직원들은 줄줄이 특진했지만 본인은 아직도 경사계급장을 달고 있다.중랑서가 문을 연 이후 부하직원 5명을 특진시킨 것은 그가 유일하다.박 반장은 “반장이 욕심내기 시작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그는 “표창이든 특진이든 직원이 먼저”라면서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 차례가 오지 않겠느냐.”며 호탕하게 웃었다.박 반장 자신도 2002년 행정자치부장관 표창을 비롯해 그동안 23차례나 표창을 받았다.
박 반장의 좌우명은 ‘이 생명 조국에, 이 인생 범죄와’.1983년 대학 휴학중 경찰에 입문한 이래 21년동안 오직 강력 외근형사의 길을 걸어온 박 반장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그렇다고 앞뒤 꽉막힌 경찰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잠시 짬이 나면 배낭 하나 둘러메고 해외로 나간다.해외에서도 박 반장의 관심은 오로지 수사.수사 장비를 구경하고 견학도 한다.직원들에게 상으로 줄 현지 경찰의 수갑을 장만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눈 오는 날이면 긴 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나타나는 멋도 있다.스스로 “나는 형사”라는 자기 암시를 거는 거란다.
감색 양복에 파란 넥타이를 매고 나서는 박 반장.검거한 중간판매상을 판매상과 접선시켜놓고 사업가로 위장하여 마약 구매자로 직접 나서는 길이다.‘이 양반,앞으로도 계속 마약범들을 잡아야 할 텐데 얼굴이 알려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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