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비친 바우만씨의 신부 머피씨 몹시 뚱보였다. 평범한 얼굴이었고, 나이도 바우만씨보다 8살이나 많은데다 전 남편 사이에 12살과 10살의 두 딸을 두고 있는 이혼녀였다. 솔직히 TV를 보면서 바우만씨가 ‘왜 저런 여자와 결혼하려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우만씨는 피로연에서 “가족이란 혈연만이 아니라 강한 유대감이자 사랑 자체”라고 말했다. 머피씨의 딸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한가족이다.”라고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 장면은 어떤 영화보다 가슴이 뭉클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바우만씨에 대한 미국의 양부모의 사랑이 어찌나 극진한지 친부모라고 해도 과연 저렇게 두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에서 프랭키는 한때 잘 나가던 권투 트레이너였지만, 소원해진 딸과의 관계 때문에 스스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늙은 트레이너다. 그는 은퇴 복서인 유일한 친구 스크랩과 낡은 체육관을 운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관에 매기라는 여자 복서 지망생이 찾아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매기의 가족들은 매기가 유명선수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그녀를 천덕꾸러기로 취급한다. 이런 처지에서 매기는 힘겹게 하루하루 식당일을 하면서 밤에는 샌드백을 두드린다. 샌드백만이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녀를 사랑으로 감싸안는 존재는 다름아닌 프랭키와 스크랩이었다. 매기는 뼈를 깎는 노력을 훈련에 바친다. 자신을 버린 부모와 가난에 대한 분노, 그 분노의 에너지로 그녀는 샌드백을 두드린다. 그녀의 노력은 승승장구로 보답을 받는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를 영원한 승자로 놓아두질 않는다. 훈련의 고통보다 가혹한 시련이 그녀를 기다린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다. 고통의 순간 우리는 버릇처럼 가족을 찾는다. 어려운 순간 내 곁에 있는 존재가 가족이다. 그러나 피를 나누었다고 해서 모두 가족은 아니다. 아이를 버리는 부모도 있고 부모를 버리는 자식도 있지 않은가. 매기의 가족들도 꼭 그런 식이다.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치고받고 피가 튀기는 권투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가 살벌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우만씨가 말하는 강한 유대감과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가족애가 있기 때문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가족애가 혈연에 기초한 가족애보다 훨씬 더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힐러리 스웽크, 클린트 이스트우드, 모건 프리먼 주연.2004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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