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시와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동 산 10 옛 보광정수장 터 2만 31400여㎡(7013평)에 외국인학교를 짓기로 하고 지난 4월 착공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땅을 빌려주고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학교를 짓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총예산 300억원 가운데 국고에서 보조받은 70억원만 들어갔을 뿐 학교 참여자들의 자금조성 실적은 전무하다. 나머지 정부 보조금 30억원은 내년 초 투입된다.
시는 부지를 50년간 무상으로 제공, 시 재원으로 사업비를 지원하는 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공사비를 실적에 비례해 지급하도록 한 ‘보조금 관리 조례’ 9조(교부방법) 규정마저 어겨가면서 국고보조금을 우선적으로 대집행했다.
재단측의 자금조성에 진척이 없어 내년 8월 개교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공정률은 15% 정도에 머물렀다.
이 사업은 서울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가 필요하고, 외국인 교육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시작됐다. 서울시와 산업자원부, 대한상공회의소,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 서울외국인학교, 서울독일학교 등이 참여한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은 지난해 6월 출범했다.
학생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영어학교와 독일어학교를 먼저 만든 뒤 프랑스학교 등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곳은 외국공관이 집중돼 있을 뿐 아니라 남산 등 녹지가 풍부해 환경친화적인 자연체험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1만 4685명으로,16개 외국인학교가 있지만 홍콩(62개)이나 싱가포르(26개)에 비해 부족하다.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모여 협의체를 만든 전례가 없어 출발이 매끄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필요한 예산을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는 등 나름대로 조달계획을 마련 중이어서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