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하는 서울 용산구청 직원 5명이 지난해 3월부터 2년에 걸쳐 백두대간 남한 쪽 전구간 734.65km를 밟았다. 지리산 성삼재에서부터 진부령까지다. 이들은 아마추어들이지만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전문 산악인처럼 바뀌었다. 용산구의 대표 ‘산(山)사람’이 된 이들은 “통일이 되면 진정한 백두대간 종주를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입을 모았다.
●산맥과 산맥,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마루금’
용산구청 주민자치과 박승일(41)씨를 대장으로 김명선(40·원효로 제1동)·서오성(37·총무과)·신성철(34·총무과)·윤일영(52·재난안전관리과)씨 등 5명의 초보 산악인들은 백두대간 종주를 하기 위한 팀 이름을 ‘마루금’이라고 정했다.‘마루금’은 산맥과 산맥,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선이라는 순우리말이다.
평소 산을 좋아하는 박승일씨가 2003년 용산구 직원 전체가 참여한 가을산행 뒤풀이 자리에서 몇몇 친한 사람에게 백두대간 종주를 제의한 것이 ‘마루금’탄생의 시작이다.
백두대간 종주가 얼마나 어려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식과 정보는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단지 ‘한 번 해보자.’는 강한 의지만 있을 뿐이었다.
박승일 대장은 “농담처럼 던진 말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2년 가까이 종주를 하면서 위험한 순간이나 중단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동료의식으로 잘 견뎠다.”고 말했다.
●첫 등반때 과태료 물기도
‘마루금’의 첫 등반은 지난해 3월12일 지리산에서 시작됐다.‘소구간 종주법’(구간을 작게 나눠 종주하는 방법)을 이용해 종주노선은 ‘시남종북형’(始南終北形·남쪽 지리산에서 시작해 북쪽 진부령에서 마치는 유형)을 택했다.
첫 등반부터 ‘마루금’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당시 지리산은 산불방지 출입통제 기간이었기 때문에 산행할 수 없었지만,‘마루금’은 아무것도 모르고 산행을 감행했다. 결국 공무원이 또 다른 공무원인 지리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적발돼 과태료 10만원씩을 부과받은 것이다.
김명선씨는 “서울 용산구청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들킬까봐 조마조마했다.”면서 “공무원은 어딜 가도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루금’은 지리산 천왕봉을 시작으로 설악산 진부령까지 백두대간 굽이굽이 총 734.65km 구간을 23회 산행, 총 42일간의 일정으로 종주에 성공했다.
그동안 오른 산이 지리산·덕유산·속리산·소백산·태백산·오대산·점봉산·설악산 등 이다.
산을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용산구청 직원들의 응원은 계속 늘어갔다. 박승일 대장은 “중간에 포기할 뻔한 적도 있었지만 자꾸 늘어만 가는 구청직원들의 응원과 관심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이번 백두대간 종주는 결국 용산구청 전체의 힘”이라고 말했다.
‘마루금’의 또 다른 대원인 서오성씨는 “마지막 등반일이었던 10월22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새벽 미시령에서 맞은 하얀 첫눈과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설경은 백두대간 종주 완성을 축하하는 하늘의 선물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루금’은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벌써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뻗어나간 우리나라 13정맥(남한 9정맥·북한에 4정맥)을 모조리 오르는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의 기쁨을 원동력으로 이르면 내년부터 남한쪽 9정맥을 등반할 계획이다. 또 통일이 되면 나머지 대간과 북한 지역의 4정맥도 올라 반드시 백두대간 13정맥을 넘겠다는 야무진 포부도 밝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마루금’ 백두대간 종주일지
(1)성삼재∼만복대∼정령치∼여원재
▲2004년 3월12일(금)∼3월13(토)
▲백두대간 첫 번째 산행. 산불방지 출입통제 기간에 산행을 했기 때문에 적발돼 과태료 10만원씩 부과받음.
(2)여원재∼고남산∼치재∼봉화산∼중재
▲2004년 4월9일(금)∼4월11일(일)
(3)중재∼백운산∼영취산∼육십령
▲2004년 5월7일(금)∼5월8일(토)
(4)중산리∼지리산∼성삼재
▲2004년 5월23일(일)∼5월25일(화)
(5)육십령∼덕유산∼빼재∼삼봉산∼소사고개∼대덕산∼덕산재
▲2004년 6월10일(목)∼6월13일(일)
▲산장에서 식수도 제대로 구하지 못해 고생. 야박한 식당 주인 때문에 편히 쉬지도 못한 곳.
(6)덕산재∼부항령∼삼도봉∼밀목재∼화주봉∼우두령
▲2004년 7월16일(금)∼7월18일(일)
▲폭우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산행을 감행.(7)우두령∼황학산∼궤방령∼가성산∼눌의산∼추풍령∼금산∼작점고개
▲2004년 7월23일(금)∼7월25일(일)
(8)작점고개∼용문산∼큰재∼백학산∼지기재∼신의터재
▲2004년 8월13일(금)∼8월15일(일)
(9)신의터재∼화령재∼봉황산∼비재∼형제봉∼속리산∼밤티재
▲2004년 9월10일(금)∼9월12일(일)
(10)밤티재∼청화산∼조항산∼대야산∼버리미기재
▲2004년 10월8일(금)∼10월10일(일)
(11)버리미기재∼희양산∼이화령∼조령산∼조령3관문
▲2004년 10월22일(금)∼10월25일(월)
▲고도차가 심한 곳이어서 산행이 힘들었지만 가을 단풍의 전경이 힘든 것을 모두 보상해 줬다.
(12)조령3관문∼포암산∼대미산∼차갓재
▲2004년 11월12일(금)∼11월14일(월)
(13)차갓재∼황장산∼벌재∼저수재∼도솔봉∼죽령
▲2004년 12월11일(토)∼12월12일(일)
(14)죽령∼소백산∼고치령∼마구령∼갈곶산∼늦은목이
▲2005년 1월 22일(토)∼1월23일(일)
▲소백산 칼바람을 맞으며 산행했지만 설경의 아름다움은 잊을 수 없는 곳.
(15)늦은목이∼선달산∼구룡산∼태백산∼화방재
▲2005년 3월25일(금)∼3월27일(일)
16화방재∼함백산∼매봉산∼피재∼건의령∼덕항산∼황장산∼댓재
▲4월15일(금)∼4월17일(일)
17댓재∼두타산∼청옥산∼백봉령
▲2005년 5월27일(금)∼5월29일(일)
18백봉령∼석병산∼삽당령∼닭목재∼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
▲2005년 6월10일(금)∼6월12일(일)
19대관령∼선자령∼소황병산∼노인봉∼진고개
▲2005년 7월15일(금)∼7월16일(토)
▲대관령 드넓은 목초지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 백두대간의 보너스 구간이란 말이 실감난다.
20진고개∼동대산∼두로봉∼약수산∼구룡령
▲2005년 8월13일(토)∼8월15일(월)
21한계령∼점봉산∼단목령∼조침령∼쇠나드리∼갈전곡봉∼구룡령
▲2005년 9월23일(금)∼9월25일(일)
22미시령∼공룡능선∼희운각∼대청봉∼한계령
▲2005년 10월13일(목)∼10월15일(토)
23미시령∼상봉∼신선봉∼병풍바위∼마산∼진부령
▲2005년 10월21일(금)∼10월23일(일)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