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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년 세월, 명품 간장을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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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에서 350년간 명맥을 이어온 간장 1ℓ가 500만원에 팔렸다.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하개리 보성선씨 영흥공파 종부 김정옥(54)씨는 16일 “최근 모대기업 회장댁에서 350년여간 명맥이 이어져온 우리집 덧간장 1ℓ를 500만원에 사갔다.”고 말했다. 덧간장은 햇간장을 만들 때 넣는 묵은 간장을 일컫는다.



이 간장은 지난 4월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한국 명품로하스 식품전’에서 처음 소개됐다.

값은 1ℓ에 500만원으로 그때도 1병이 판매됐다. 전시회가 끝나고 소문을 전해들은 회장집에서 비서를 보내 현장에서 현금을 내고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보성선씨는 고려말 중국 명나라에서 귀화한 조선조 명문가. 참의공파 종손인 김씨 남편은 시조로부터 21대다.

이 종가는 대대로 종부에게 간장담그는 법을 전수, 매년 20ℓ 가량을 새로 만들어 차례와 제사용으로 쓴다.

350년 전부터 햇간장을 담글 때 지난해 쓰다 남은 간장을 섞어 담근다.

재료도 엄선해 무공해 콩으로 쑨 메주에다 1년 이상된 천일염 간수를 섞어 햇간장을 담그고 아미노산·핵산 등이 풍부한 덧간장에 섞는 전통 비법을 350년간 끊이지 않고 이어왔다.

이 간장은 ‘선병국(시아버지)가옥’으로 불리는 99칸 한옥(중요민속자료 134호) 안채 장독대에 보관된다.

김씨는 가문의 전통에 따라 볕이 잘드는 장독대에 담을 치고 문까지 설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 통제하고 있다. 볕 좋은 늦가을 메주를 쑤어 말렸다가 이듬해 정월 장을 담근다.

솔가지와 고추·숯 등을 매단 새끼줄을 독에 쳐 액막이 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 때문인지 최근 두차례 마을이 온통 물바다가 됐을 때도 간장독은 깨지거나 엎어지지 않고 반듯하게 물에 떠다니다 발견돼 350년 종가의 전통과 맛을 고스란히 이을 수 있었다.

이 간장은 맛이 진하면서도 맑고 깨끗한데다 감칠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명맥이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 김씨는 몇년 전부터 장 담그는 날 시집간 딸을 불러 비법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농어업예술위원회 김진흥 박사는 “오래된 간장이 골다공증과 암 등에 특효가 있어 병을 앓는 부잣집에서 사간 것 같다.”며 “350년 전의 종균이 고스란히 이어지는 조선조 명문가의 전통과 고집이 담겨 식품학적 가치도 높고 워낙 귀해 따로 값을 매기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보은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2006-10-17 0: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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