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메카’ 부활
23일 중구 충무로 3가 56번지. 영화 관련 간판보다 출판사 간판이 먼저 눈에 띄었다. 도로를 점거한 음식점의 이동 간판과 우후죽순 세워진 전봇대는 어수선함을 더 했다.●낭만의 영화거리 조성
그런 이 곳이 오는 10월에 ‘영화의 메카’로 다시 돌아온다. 지저분한 전봇대와 전선은 땅속으로 들어가고, 이색 가로등이 들어선다. 충무로3가∼극동빌딩 230m 도로 중앙에는 영화 사진들이 담긴 강화 유리가 땅속에서 빛을 낸다. 보도 블록에는 ‘영화의 거리’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된다.
특히 10월21일에는 수천명의 인파가 ‘충무로 국제영화제’(가칭)를 보기 위해 이 거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충무로의 ‘제2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중구청이 올해 충무로 국제영화제 개최에 올인한다.
정동일 중구청장은 이날 “한국 영화의 메카인 충무로에 영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충무로 국제영화제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옛 충무로의 멋과 낭만을 되살리겠다.”면서 “이를 통해 중구의 문화적 가치를 한층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야심찬 충무로 프로젝트의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 영화의 발상지이자, 영화의 메카인 충무로에 번듯한 영화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늘 제기됐었다.
●새 명소·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그러나 이름밖에 남지 않은 충무로에 영화 인프라를 갖추기란 만만치 않다. 실제로 1980년대에는 영화 단체가 무려 90여곳이나 둥지를 텄지만 지금은 고작 9곳만이 ‘영화 충무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충무로가 기업가출신 정동일 청장의 ‘충무로 국제영화제’ 개최 추진으로 옛 영화를 꿈꾸고 있다. 정 청장은 “충무로가 청계천 조성 이후 서울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영화제는 오는 10월21∼27일 충무로 ‘영화의 거리’, 충무아트홀, 극장 등에서 열린다. 개막식에는 영화인과의 만남, 대표 영화 상영 등이 예정됐다. 부대 행사로는 감독과의 만남, 작품 설명회, 사인회 등이 열린다.
또 온·오프라인을 통해 작품 및 스타를 선정해 시상한다.
이를 위해 영화인 16명과 공무원, 지역인사 9명이 현재 자문회의를 구성해 영화제 규모 및 운영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일정을 보면 다음달 영화제 사무국이 구성되고,3월에는 영화제 전체사업을 확정짓는다.8월에는 참가 작품 선정을 마감하고,9월에는 행사지원 대책 수립에 나선다.
윤배 중구청 문화예술 팀장은 “1955년에 개봉한 ‘춘향전’이 충무로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면 충무로 국제영화제가 제2의 전성기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구가 ‘넘어야 할 산’
중구는 우선 영화제 차별화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영화제가 많지만 이 가운데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높고, 대중 호응이 뜨거운 영화제로는 부산 국제영화제 정도다. 일부 영화제는 요란한 선전만 있고, 알맹이는 없어 퇴출 직전에 놓인 것도 적지 않다.
중구는 이 때문에 영화 콘텐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용역을 맡긴 상태로 다음달이면 영화제의 얼개가 나올 예정이다.
시간이 촉박한 것도 걸림돌이다. 기초단체가 국제영화제 개최의 A부터 Z까지 하다 보니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협회 등 관련 단체에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전체를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중구는 올해 영화제에 41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7-1-24 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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