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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남편을 잡아먹는 ‘그레비 얼룩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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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 파탈(Femme Fatale)’은 불어로 남성을 유혹해 죽음 등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숙명의 여인’을 뜻하는 사회심리학 용어다. 흔히 ‘요부’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동물사회에서도 존재한다.



서울대공원 제3아프리카관에는 고혹적인 자태를 보이는 콧대 높은 암컷 얼룩말(1980년생)이 있다. 국내에는 하나뿐인 그레비얼룩말이다. 나이가 들어 예전보다는 못하다 해도 저 좋다는 수컷들을 줄 세운 녀석이다.

그녀와 자면 죽는다.

맑고 깊은 눈에 마치 화공이 정성들여 그려놓은 듯 반듯한 얼룩무늬, 부드러운 갈기까지 사람의 눈에도 ‘순수’ 그 자체다. 하지만 빠져버릴 듯 해맑은 눈을 가진 녀석 뒤에는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괴담이 숨어 있다. 바로 ‘남편이 되면 죽는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맞은 상처로 인한 염증이나 쇼크가 원인이다.

사연은 이렇다.1983년 서울대공원은 개원과 함께 태어난 지 3년 된 암컷 그레비얼룩말을 들여왔다. 그후 10년, 별 탈 없이 자란 암컷이 어엿한 숙녀가 되자 동물원은 건강한 새끼를 기대하며 짝찾기에 나섰다. 사육사들은 당시 무리 중 가장 건장한 수컷을 골라 합사시켰다.

“NO거든. 건드리지 마.”

드디어 첫날밤. 암컷의 미모 탓인지 수컷은 초반부터 적극적이었다. 수컷은 마치 묵은 회포라도 풀어보려는 듯 집요하게 들이대기 시작했다. 뭔가 내키지 않는 암컷은 이리저리 피했지만 수컷의 구애는 계속됐다. 순간, 암컷의 뒷발차기에 수컷이 맥없이 나동그라졌고 배를 정통으로 맞은 수컷은 며칠을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암컷의 거부의사를 무시한 ‘무시무시’한 결과다.

암컷이라 해도 말의 뒷발질 위력은 상상이상이다. 한방에 너비 10㎝가 넘는 각목이 속절없이 부러질 정도. 사자 같은 맹수도 제대로 맞으면 죽음에 이른다.1년 후인 94년 10월. 이번에는 암컷보다 네다섯 살 연하의 청년 얼룩말이 도전장을 던졌다.

무난히 합방까지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냉랭했다. 암컷의 채취에 흥분한 어린 수컷이 급히 달려드는 순간 비극은 반복됐다. 이후 녀석에게 ‘남편 잡아먹는 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시 3년 후, 사육사들은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외부에서 들여온 수컷 얼룩말을 합사시켰다. 하지만 세 번째 남편 역시 자세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뒷발차기에 비명횡사했다. 결국 까칠한 이 녀석은 ‘짝짓기 불가판정’을 받고 23년째 독수공방 신세다. 미스터리한 것은 짝짓기 때를 제외하고 녀석의 성격은 온순하기 이를 데 없다는 점이다.

동물원 관계자는 “여러 수컷 중 한 마리를 선택하는 야성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면서 “어찌보면 예쁜 암컷의 치명적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7-1-25 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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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