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품목은 서초구 직원들이 정부부처나 타 기관 등에 제공하는 업무관련 혁신아이디어이다. 비록 돈 못버는 사업이지만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반짝이고 참여 열기는 높다.
●아이디어 30건 수출
서초구청은 이달 초 직원 아이디어방인 ‘서초한마당’에 제안된 아이디어 1200여건 중 30여건을 골라 서울시와 소방방재청,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대법원, 경찰청 등으로 보냈다.
대부분 행정서비스나 업무개선 등과 관련해 한번 해봄직한 내용들로 공문에는 “타당성을 검토해 달라.”는 부탁이 담겨 있다.
아이디어는 ▲인터넷을 이용한 전입신고 ▲사망 신고제도 개선 ▲여권 수수료 차등부과 ▲횡단보도 신호등 색상변경까지 다양하다. 행정집행공무원들이 제시한 의견인 만큼 실제 업무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감각을 갖춘 것도 장점이다.
●여권대란 없앨 비법도
예를 들어 행자부에 전달한 ‘인터넷을 이용한 전입신고’의 경우 이사 때마다 직접 동사무소를 들러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준다는 취지다.
인터넷뱅킹하듯 본인 인증을 하면 동사무소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전입신고를 마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주민등록법의 엄정한 적용과 철저한 관리감독 등도 혹시 모를 사고를 막는 전제로 제시됐다.
휴가철 여권대란을 없애는 비법도 제시됐다. 성수기와 비수기로 나눠 여권수수료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법(외교통상부 소관)이다. 신청자 수가 성수기(6∼7월,11∼12월)의 절반수준인 비수기(2∼4월,9∼10월)에는 수수료 요금을 낮춰 신청시기의 분산을 유도해 보자는 취지다.
이외에도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 병의원이 직접 사망신고를 하게 하자.’는 의견(대법원)이나 ‘민방위 교육을 휴대전화 문자로 안내하자.’(소방방재청) 등의 아이디어도 제출했다. 마음먹기에 따라 그리 어렵지 않게 반영할 수 있을 법한 아이디어들이다.
●지식포털시스템엔 아이디어 만발
사실 서초구가 타 기관에 아이디어를 수출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9월 문을 연 통합지식포털시스템 덕이 크다. 약 5개월간 이곳에 모인 아이디어는 모두 1200여건. 이 중 242건은 채택돼 실제 구정에 반영됐거나 반영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발견됐다. 타 기관과 소관업무가 얽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안건들이 적지 않았다.
타 기관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채택여부를 떠나 아이디어 제공이 다른 기관의 소관 업무를 ‘감놔라 배놔라.’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처음엔 조심스러웠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그대로 사장시키지 말자란 생각에 해당 기관에 아이디어를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심스러움은 괜한 걱정이었다.
서울시청과 소방방재청 등에서는 “공무원 제안으로 정식 처리하겠다.”는 공문이 내려왔고, 대부분의 다른 기관들도 “검토해 보겠다.”“감사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박성중 구청장은 “반대로 외부기관에서 제시하는 좋은 제안은 언제든지 받아들이고 구정에 반영할 계획”이라면서 “혁신 아이디어의 제안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7-2-22 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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