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이 4일 지리산 중턱에 있는 밤과 배 밭으로 멧돼지들이 떼지어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자 농민 엽사(사냥꾼)를 동원, 멧돼지 소탕에 나섰다.
군은 이날부터 대한수렵협회와 야생동물피해방지협회 소속 회원 등 엽사 14명으로 포획팀을 꾸렸다. 당국의 수렵 허가가 나오는 대로 이들은 11월10일까지 야생동물 사냥에 나선다. 김형호 군 산림소득과장은 “엽사 1명이 잡을 수 있는 야생동물은 멧돼지와 고라니 각 3마리이고 꿩과 까치·비둘기 등 조류는 무제한”이라고 밝혔다.
천명준 대한수렵관리협회 구례군지회장(62·구례읍 계산리)은 “멧돼지 사냥은 2명이나 3명이 한 조를 이룬다.”며 “멧돼지는 후각이 아주 예민해 구례에서 총소리가 나면 섬진강을 헤엄쳐 건너 곡성쪽으로 달아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구례·토지·마산 등 8개 읍·면 33개 마을 농민 239명이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농작물 피해(30만㎡)를 신고했다.
배 농장을 하는 이호연(62·마산면 마산리)씨는 “밤 사이 멧돼지가 1개 소대가량 배 밭으로 내려와 익은 배만 골라 가지를 부러뜨리고 따먹었다.”며 “멧돼지 새끼들은 지렁이를 잡아먹느라 뿌리를 갉아버려 배나무가 통째로 말라 죽었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이씨는 순간 고전압(9000v)이 흐르는 철조망을 쳐 멧돼지를 쫓아낼 궁리를 하고 있다.
밤 농사를 짓는 장재진(62·토지면 파도리)씨는 “멧돼지들이 내려와 알밤만 모조리 주워 먹어버려 수확할 게 없다.”며 “라디오를 틀어놓고 전등을 켜놔도 멧돼지들에게는 안통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구례에서는 포수 21명이 멧돼지와 고라니 등 25마리를 잡았다. 잡은 멧돼지는 인근 마을 사람들의 잔칫상에 올랐다.
구례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