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권 사업자와 벌이고 있는 수천억원대 복권발행 수수료 청구소송에 최종 패소할 것에 대비하느라 저소득층 주거안정사업과 소외계층 복지사업 등에 쓰이는 내년도 복권기금 사업비를 대폭 삭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3일 국무총리실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복권 기금사업비 규모는 7889억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올해 사업비 1조 340억원에서 2450억원이나 깎인 것이다.
복권위 관계자는 “현재 기금사업 규모와 내용을 조정한 내년도 안을 만들어 기획예산처와 협의 중”이라며 “특정 사업을 완전히 제외하기보다는 사업 전체적으로 지원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4년부터 로또복권 등 각종 복권 판매액 중 일부를 복권기금으로 조성해 소외계층 복지사업, 문화·예술 진흥사업, 국민체육진흥기금 등을 지원해왔으며, 이 중 절반가량을 저소득층 주거안정사업에 사용했다.2006년의 경우 임대주택건설 등 저소득층 주거안정사업에 4900억원, 소외계층 복지사업에 1600억원을 집행했다.
사업비 축소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와 복권사업자 사이에 진행 중인 복권 발행 수수료 청구소송 때문이다.
로또복권 시스템사업자인 KLS는 정부가 계약을 어기고 약정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내려 지급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국민은행(정부의 로또복권 수탁사업자)을 상대로 195억원의 약정 수수료 청구소송을 냈다.
지난 연말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데 이어, 추가로 4500억원의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정부는 일단 항소했지만, 항소심과 2차 소송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4700억원을 고스란히 물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권위는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패소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발손실충당금 2600억원을 복권기금에서 충당하느라 내년도 기금사업비를 큰 폭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정부가 승소한다고 해도 향후 기금사업비는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로또복권 판매액이 2003년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로또복권은 우리나라 전체 복권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복권위에 따르면 로또복권 판매액은 지난 2003년 3조 8031억원으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2004년 3조 2802억원,2005년 2조 7500억원,2006년 2조 4715억원으로 매년 10% 이상 감소했다. 올해는 8월말 기준 1조 5192억원으로 연말까지 2조 3000억원을 밑돌 전망이다.
복권위 관계자는 “2004년 복권 1장당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춘 후 1등 당첨금 액수가 줄어든 데다 똑같은 복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복권 피로도’현상이 나타나면서 판매액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가 민간기업처럼 다양한 판촉행사 등을 펴 인위적으로 매출을 늘리기도 어렵다.”면서 “줄어든 사업비를 경제적,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7-9-14 0: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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