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들이 뿌리내리는 곳으로”
“서울 인구를 구성하는 상당수가 이농(離農) 2세대들입니다. 이들에게 고향은 아버지가 살던 시골도, 자신이 태어난 서울도 아닙니다. 당대(當代)의 주역인 이들이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지역발전도 공염불에 그칠 것입니다.” 이호조 성동구청장의 무자년 화두는 ‘성동구민 고향만들기’다. 주민 스스로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지 않으면 관이 주도하는 발전 전략도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성(城)의 동(東)쪽이라는 지명에 걸맞게 성동은 예부터 도성의 동측 관문 역할을 해왔다. 행정구역이 확대되고 한강 이남이 개발된 뒤엔 서울의 남북과 동서 교통축이 교차하는 지리적 요충으로 떠올랐다. 말 그대로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그러나 지리적 강점이 때론 지역 발전의 족쇄로 작용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성동은 ‘도성에서 밀려난 자들이 모여 사는 성문 밖 동네’ ‘중심부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중간 기착지’쯤으로 인식되어온 탓이다. 지역에 대한 애착이 생길리 만무했다.
●“고향의식 없이 지역발전 없다”
13일 ‘젊음의 거리’ 조성사업이 한창인 한양대 인근 도로변을 찾은 이 구청장은 “진정한 개발은 주민들이 그곳을 고향으로 느끼도록 만드는 일”이라면서 “그 핵심은 지역의 개성있는 문화를 일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역이 가진 독특하고 매력있는 문화야말로 사람을 끌어모으고, 사람과 지역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원천이라 믿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란 디자인이 훌륭한 건물이나 거리를 조성하는 게 전부가 아니죠. 중요한 것은 시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생활문화입니다.”
성동구가 올해를 ‘생활문화 선진화 원년’으로 선포한 것도 지역의 경쟁력은 주민들의 마음 씀씀이와 공유된 행동관습에서 나온다는 이 구청장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안 보이는 생활문화가 더 중요”
성동구가 내건 생활문화 선진화 사업은 ▲좋은 간판 만들기 ▲상품 진열대 개선 ▲음식점 반찬 줄이기 ▲길거리에 담배 꽁초 안 버리기 ▲주차문화 개선 등이다.
‘70∼80년대 관청 주도 의식개혁 운동을 연상시킨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이 구청장은 단호하다. 기초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곳에 문화와 삶의 쾌적함이 깃들 수 있겠냐는 것이다. 지역 사정에 밝고 일상적 접촉이 잦아 주민들의 정서적 거부감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생활문화 혁신의 주체는 주민 한사람 한사람이어야 합니다. 다만 주민 스스로 나설 정도로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만큼 지자체와 시민의 연결고리로서 통장들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죠.”
성동이 꿈꾸는 지역문화 혁명의 성패가 500여 통장의 어깨에 달린 셈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8-2-14 0:0:0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