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위·무대 뒤쪽 땀방울까지 ‘생생’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에 먼저 올라가서 무대 뒤를 구경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무대 위. 마이크를 잡은 연극배우 오지혜씨의 코믹한 멘트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들은 배우가 아니다. 아빠·엄마의 손을 잡은 초등학생, 친구·연인과 함께 온 20대, 대학생 딸을 둔 엄마이다. 그동안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봤지만 지금은 무대 위에서 객석을 보고 있다.●연극의 속살을 맛보다
지난달 30일 올해 처음 열린 ‘대학로연극투어’ 참가자 30명은 무대·음악·조명감독을 차례로 만났다.
무대감독은 1981년 개관한 극장의 역사와 ‘하늘’(김환기 작)을 수놓은 대형무대커튼을 10년에 한번씩 세탁한다는 ‘비밀’을 소개했다. 음악감독은 뮤지컬 노래와 다양한 음향 효과를 들려 주었다. 조명감독은 직접 조명을 비춰 주며 설명을 이어갔다.“이런 연한 황색빛은 보통 바닷가의 노을 분위기를 연출하고, 배우 뒤에서 빛을 쏘면 서광이 비추거나 비장한 장면이 되는 겁니다. 옆에서 조명이 비추니까 콧날이 오똑해 보이죠?얼굴의 윤곽선을 강조할 때나 달밤의 은은함을 표현하기도 하죠.”
엄마와 함께 투어에 참가한 경환(11·신목초 4)이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를 보면서 무대설치방법이 궁금했는데 알게 돼 신난다.”며 흥미로워했다.
●연극도 보고, 대학로도 즐기고
극장을 벗어난 참가자들은 대형 세트가 들어가는 현장을 보고, 대학로를 산책한 뒤 동숭동 서울연극협회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 바닥에는 동선(動線)을 표시한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진행을 맡은 배우 오씨가 “무대에서는 바닥에 붙어 있는 야광테이프를 보고 이동을 하게 됩니다. 그보다 더 먼저 배우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더 많은 땀을 흘리는 곳이 이곳입니다.”고 설명하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가자들은 서울연극센터를 방문해 다과를 즐기고, 극단 미추의 ‘남사당의 하늘’(윤대성 작·손진책 연출) 공연을 관람한 뒤 투어를 마무리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와 동행한 임주희(41·강남구 대치동)씨는 “자치구에서 어린이 공연을 많이 열고 있지만 대부분 인기캐릭터를 내세운 유아용이라 아이가 지루해 한다.”면서 “이런 투어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치켜 세웠다. 대학생 문아미(23)씨는 “이제 연극을 볼 때 연출자의 의도나 조명의 의미, 배우들의 노력까지 느끼고, 공연을 더 즐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국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중인 이수재(46·양천구 신정동)씨는 “연극 관람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런 기회가 많이 생기면 장기적으로는 연극 관람객이 증가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달 초에 신청 접수
대학로연극투어는 서울문화재단이 한국 연극 100년을 기념해 한국연극100주년기념사업단과 함께 마련한 특별 프로그램. 김현자 서울문화팀장은 “연극·공연의 메카인 대학로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무대 구경과 전문가 설명 등을 들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대학로연극투어는 매월 초 서울연극센터 홈페이지(www.e-stc.or.kr)에서 신청을 받는다. 신청자 중 30명을 선정한다.4·6월은 매월 마지막 일요일에,5월은 매주 토·일요일에 진행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1인당 5000원.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8-4-5 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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