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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59> 독수리 ‘삐뚤이’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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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동물원의 삶 쉽지 않구나”

13일 오후 조류인플루엔자(AI)로 출입이 통제돼 인적을 찾기힘든 맹금사 독수리 우리. 독수리 5마리 가운데 낯익은 녀석의 모습이 눈에 띈다.



4년여간 진료병동을 차지했던 성격 까칠한 장기입원자 삐뚤이(서울신문 2007년 3월8일자 12면)다. 야생 독수리 삐뚤이는 2004년 여름 강원도 한 야산에서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로 발견됐다. 선천적으로 부리가 심하게 삐뚤어져 자연 상태에선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 녀석은 진료소로 구조된 뒤에도 사육사가 핀셋으로 먹여줘야 겨우 먹이를 삼킬 수 있었다.

제 머리를 향해 자라는 뾰족한 부리를 자르는 수술을 받은 뒤 먹이 먹는 것이 다소 편해지긴 했지만, 퇴원은 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퇴원해도 갈 곳이 없었다. 방사한다 하더라도 그 부리로 사냥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동물원 독수리 무리 속에 넣어 주면 텃새를 부리는 다른 녀석들의 집단 공격을 견뎌낼지도 의문이었다.

이가 없어 잇몸으로 얻은 승리

하지만 동물원의 입장에서도 무한정 삐뚤이에게 1인 병동과 전담사육사를 붙일 수는 없었다. 이미 건강을 완전히 되찾은 상태인 데다, 봄 짝짓기 경쟁에서 다친 동물들로 병동이 넘쳐나자 퇴원 압박이 거셌다. 결국 난상토론 끝에 ‘적응에 실패하면 바로 병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전제로 합사결정이 내려졌다. 이렇게 지난달 23일 삐뚤이는 4년 만에 동족들과 상봉을 했고 혹시 모를 구타(?)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사육사들은 비상대기했다. 무리와 함께하기 위해서 언젠가 한번은 겪어야 할 통과의례였다.

그리고 얼마 후. 비뚤어진 부리 탓에 기가 죽을 것이라 생각했던 우려는 기우로 드러났다. 워낙 까칠한 성격 탓인지 삐뚤이는 기죽지 않고 싸움을 걸어오는 다른 녀석들을 하나씩 상대했다.

성치 않은 부리로 넘버3 자리 차지

삐뚤이는 ‘비장의 변칙기술’도 보여줬다. 부리로 쪼는 듯하다가 순간 몸을 틀어 발로 상대를 걷어차는 일종의 페이크 기술이다. 일주일여 동안 마치 토너먼트와 같은 크고 작은 싸움이 지나고 삐뚤이가 무리 내에서 차지한 자리는 ‘넘버3’. 먹이 하나 집을 수 없는 성치 않은 부리로 얻어낸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다.

이제 삐뚤이는 두 마리에겐 깍듯이 형님 대우를 받는 대신 다른 두 마리에겐 아우 노릇을 한다. 엄갑현 사육사는 “약한 몸을 생각해 튀지 말고 중간만 가주길 바랐는데 다행히도 그 자리를 찾은 것 같아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무리 중간을 차지하는 것이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일 때가 있다. 덜도 더도 아닌 평균. 하지만 그 평균이 되기 위해서 혀빠지게 뛰어야 하는 것이 삶인 듯하다. 삐뚤이는 투쟁 끝에 그 자리를 쟁취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8-5-14 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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