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 학생들 “고액과외 안부러워요”
웃음이 얼굴에 가득했다.‘서울대 언니’의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다시 문제풀기에 열중했다.그 시간만큼은 아이들 마음 한쪽에 쌓였던 ‘벽’이 없어 보였다.장난 잘 치고,어리광부리기 좋아하는 여느 초등학생이었다.수백만원짜리의 주입식 ‘족집게 과외’와 달리 그 곳엔 정(情)이 있었다.그리고 따듯했다.24일 관악구 은천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의 풍경이다.관악구가 서울대와 손잡고 3년째 진행하는 ‘대학생 멘토링’ 사업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에게 ‘희망의 끈’이 되고 있다.성적 향상뿐 아니라 인성 학습,특기 지도까지 이루어져 학교와 학생 모두가 대만족이다.
은천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받는 학생은 모두 21명.기초생활수급자와 모자·부자가정 가운데 학교에서 추천한 초등학교 3~6학년생들이다.
이미현 선생은 학생들이 방과후 수업 참가 이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자신감을 꼽았다.그는 “얼굴에 그늘이 없어지면서 웃음도 많아지고,발표력도 늘었다.”면서 “특히 서울대 선생님에게 스스럼없이 사생활을 털어 놓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방과후 수업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국어·영어·수학뿐만 아니라 바이올린,기악,단소 등 다양하다.서울대 학생들의 전공에 따라 특기 수업이 결정된다.인성 수업도 진행된다.일종의 학생 상담이다.가정형편이 어려워 꺼리는 고민들을 듣고 조언을 한다.
배춘옥 교장은 “우리나라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서울대생이 자신의 경험에 비춰 조언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많이 믿고 의지한다.”면서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큰 힘”이라고 말했다.
학교 생활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동작교육청이 지난해 ‘서울대 멘토링 사업’에 참가한 학생(878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신감 향상 74.4% ▲교우관계 증진 57.6% ▲학교 적응력 향상 66.7% ▲수업 참여도 증가 62.7% ▲미래에 대한 희망 증가 73.1% 등으로 나타났다.
성적도 향상됐다.국어 성적이 오른 초등학생의 비율은 무려 77.3%이었다.수학은 62.9%,영어는 72.7%로 조사됐다.특히 국어와 수학 성적이 10점 이상 향상된 학생들은 각각 31.8%,33.1%에 달했다.
중학생들도 비슷하다.국어는 7 9.2%,수학 64.5%,영어는 51.6%가 성적이 올랐다.
구 관계자는 “강남에선 과외비가 보통 100만원을 웃도는데 그럼에도 이 정도의 효과는 보지 못할 것”이라면서 “동심에 희망을 불어 넣었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는 올해 38개 학교 초·중학생 400명에게 방과후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이들을 가르치는 서울대 학생은 모두 100명.이들은 교육청과 구청으로부터 한달에 26만원을 받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8-11-25 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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