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대표적인 공단인 남동공단 입주기업들이 정부 고위직의 잇따른 ‘위로성’ 방문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5일 남동공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위직들은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된 지난 10월 이래 남동공단을 경기악화 피해의 ‘대표 사례’로 보고 자주 방문하고 있다.서울과 가까워 방문이 용이한 데다,4500여개에 달하는 입주 기업의 다양성으로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한승수 국무총리가 다녀간 이래 전광우 금융위원장,이기우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이 잇따라 남동공단을 찾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이들이 방문시 거론한 지원대책은 직접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데다,오히려 현장방문 과정에서 해당업체의 어려운 사정이 공개돼 역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위기를 부추기는 듯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달갑지 않은 눈치다.
언론 역시 경기가 좋지 않을 때만 되면 취재가 용이한 남동공단을 본보기(?)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때문에 시민들도 덩달아 “남동공단이 어려워 하루에도 몇개 업체가 문을 닫는다.”는 말에 익숙해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 관계자는 최근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언론에서 힘들다고 하니까 남동공단 입주기업들이 더욱 힘들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천상공회의소측도 “남동공단 입주기업이 언론에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공단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며 “남동공단 업체라는 이유로 거래에 불이익을 당한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회원사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방송의 취재 요청을 받았다는 업체 대표는 “남동공단 입주기업 대부분은 멀쩡하니까 제발 오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남동공단 입주기업들의 가동률과 생산실적 등은 공식통계가 나와 있는 지난 9월까지는 적어도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되기 시작한 10월 이후 통계는 달라졌겠지만,결코 언론보도 만큼 어렵지 않다는 게 입주기업들의 하소연이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2008-12-16 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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