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미 서비스 이용시간 절반으로 줄여… 예측 빗나간 지하철역 수유실 잇단 폐쇄
#1.이른바 ‘워킹맘’인 박모(35)씨는 얼마전 직장에서 야근할 일이 생겨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한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전화로 신청했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여성을 위한 ‘긴급 보육지원 행정’이라더니 5일을 기다리라는 대답을 듣고 화가 났다. 매일 낮에만 두 살배기 아이를 돌봐주는 동네 아줌마에게 딱한 사정을 전하고 월정비 외에 웃돈을 약속한 뒤 야근을 했다.#2.지난 연말에 동창회를 마치고 귀갓길이 늦은 주부 김모(31)씨는 서울시에서 홍보하던 여성전용 ‘브랜드콜 택시’를 불렀다가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시와 계약을 맺고 있는 4개 콜택시 회사가 한결같이 “여성기사만 보내주는 서비스는 아예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취기가 돌아 급히 잡아 탄 택시 운전기사로부터 “내려서 술 한잔 하자.”는 말을 듣고 도망치듯 중간에 내렸다.
●아이돌보미 정작 필요할 땐 ‘갸우뚱’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며 서울시가 200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여행(女幸)프로젝트’에 정작 “여성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거창한 구호나 전시성 행정보다 세심하고 합리적인 배려가 아쉽다는 말이다.
거의 매일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저소득 가정의 주부 홍모(39)씨는 “국비와 시비로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서비스여서 예산이 떨어지면 보육료가 오르락내리락한다.”면서 “4시간에 4000원인 이용료가 어떤 때에는 2만 2000원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보건복지가족부는 올해부터 1인 서비스 이용시간을 연 960시간에서 480시간으로 절반을 줄였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위탁시간을 줄인 것이다. 결국 하루 2시간도 이용하기가 힘들어진 셈이다. 게다가 이 서비스는 필요할 때마다 1회씩 신청해야 한다. 내 아이를 돌볼 보육교사가 매번 달라지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게 뻔하기 때문에 남의 손에 어린 아이를 맡기는 주부로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선임연구원은 “운영자인 서울시가 보육교사 리스트를 미리 확보해 두면 신청자들이 기다리지 않고, 고정적으로 한 교사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지하철 수유실보다 직장에 작은 공간이라도
얼마전 서울시는 지하철역 등 공공시설의 영·유아 수유실을 올해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도외시한 발상이다. 지하철2호선 왕십리역을 찾은 주부 이선경(33)씨는 “매표소 직원조차 수유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했으며, 그나마 위치를 알고 있는 직원으로부터 이용객이 적어 폐쇄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메트로는 1~4호선 지하철역의 수유실 50곳 가운데 25곳을 3월까지 폐쇄할 예정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서문희 위원은 “사실상 1시간 안팎으로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아기에게 젖을 먹이거나 엄마 혼자서 젖을 짜 젖병에 보관하는 수유실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면서 “차라리 여성들이 많은 일터에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하도록 정부와 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편이 낫다.”고 제안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신경희 박사는 “여성정책은 세심한 측면이 더욱 필요한 만큼 사후에 잘 시행되는지, 이용자가 만족하는지 등을 수시로 점검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09-1-30 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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