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겸용 가로등 설치 제안으로 돈 절감
보행자 중심의 가로등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기술사 자격증을 가진 6명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경기도 기술사동아리’의 김한섭(경기도 도로계획과장) 회장. 기술사동아리는 현재 설치된 가로등 대부분이 차도를 밝히는 ‘차량중심’의 설치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보행자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을 뿐 아니라 가로수 성장에도 지장을 준다며 ‘사람중심’의 가로등 설치를 주장하고 나섰다.“도로 부속시설인 가로등은 태생부터 자동차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있어야 할 곳에 없고, 없어야 할 곳에 가로등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특히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 가로등을 설치하는 바람에 정작 필요한 횡단보도, 버스승강장 같은 곳에 가로등이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이같은 문제에 대한 연구·분석에 들어가 “인도와 도로를 모두 비춰주는 가로등을 개발하고, 가로등 높이와 설치 간격도 다양화해야 한다.”는 대안을 마련했다. 또 필요 이상으로 많은 가로등 수를 제한할 것도 제시했다. 김 회장은 “독일의 아우토반 등 자동차 전용도로에도 고속도로의 진·출입로, 터널, 교량 등 필요 지역에만 가로등이 설치돼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가로등이 과다하게 설치돼 있어 에너지 과소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49.8km에 달하는 자유로의 경우 지금의 30%만 가로등을 줄여도 56억원의 절감효과가 있으며, 광교신도시 전체 도로(연장 65km)에 보행겸용등을 설치하면 기존 방식(150억원)의 절반 정도인 87억원밖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는 기술사동아리의 건의를 적극 받아들여 가로등의 높이를 낮추고 간격을 좁히는 등 차량과 사람을 동시에 생각하는 가로등 설치 개선사업을 현재 조성 중인 광교신도시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 관련 부처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자체 조례도 제정할 계획이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2009-4-29 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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