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조사확대 가능성… 지배구조 변화 주목
사외이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지주 회장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적지 않았던 KB국민지주와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칼날이 예사롭지 않다.금융당국의 검사는 사외이사들의 관련 법규 및 사규 위반, 도덕적 해이, 비리 연루 여부 등이다. 그 다음에는 은행이다. 지주와 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에 따라 지주회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재가열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일단 조심스런 입장이다. 종합검사를 끝내봐야 뭔가 얘기할 수 있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검사 속도 등을 감안하면 사외이사제도의 근본적인 처방책을 위해서는 문제점을 철저하게 파헤치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경영 효율을 감시하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기업지배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기존의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의 판단 여부에 따라서는 기업지배구조의 판도 변화도 주목된다.
금감원은 사전검사를 통해 사외이사들이 법적인 미비점을 피해 교묘히 부적절한 거래행위를 해왔다고 보고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의 사외이사 관련 내규 개정이 대표적이다. 이사회는 지난 10월 사외이사 관련 내규를 개정했다. 종전에는 사외이사들의 임기를 3년으로 하고 임기가 끝난 뒤 연임하려면 이사회 과반수, 재연임은 4분의3 이상의 추천을 각각 받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사외이사들의 임기를 1년 단위로 하되 6년까지는 이사회 과반수, 7년 이상부터 4분의3 이상 추천으로 변경했다. 이 내규는 내년 3월과 10월에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3명에 우선 적용된다. 따라서 금감원은 사외이사 임기 규정 변경이 회장 선임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이나 투자자들은 이같은 사실을 제때 알 수 없다. 자본시장법은 사외이사를 선임 또는 해임할 경우에만 금융감독당국에 신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이나 임기 등과 관련한 내부 규정을 바꿀 경우 공시 또는 신고 의무가 없다. 또 한국거래소 공시 규정에 따르면 이사회 결정이 스스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자율 공시하면 된다. 때문에 KB금융지주 역시 사외이사 관련 내규 개정 내용을 보고 또는 공시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지주의 한 사외이사는 연임 상태에서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면서 “당초 규정대로라면 내년에 재연임할 경우 이사회 4분의3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지만, 규정 변경으로 과반수 추천만 받아도 재연임이 가능하게 됐다.”며 의도가 담긴 내규 변경 아니냐고 주장했다.
사외이사들의 부적절한 행위 등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와 거래·경쟁·협력 관계 등에 있는 법인의 상근 임직원 등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문제는 이같은 이해상충 방지요건이 해당 금융지주회사에만 국한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들이 자회사와 거래 등을 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 금융지주회사가 은행·증권·보험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서류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협소한 법 적용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들의 이해상충 방지요건을 자회사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현재 법제처 심사를 받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009-12-25 12:0:0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