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민소법이 당락 가른다
지난달 23~26일 치러진 사법고시 2차 시험은 민법과 민사소송법이 합격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민법은 다른 과목에 비해 50점 높은 배점 때문에 가뜩이나 과락 가능성이 큰데 올해는 난이도까지 높아 수험생들을 울상짓게 했다. 전략과목으로 꼽히던 민사소송법도 예년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어려웠던 민법… 지난해 이어 올해도”
시험 일정 마지막 날인 26일 고려대에서 시험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 김모(27·여)씨는 “거의 백지를 내고 나왔다.”면서 “논점을 잡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당사자 간 금전관계나 매매계약의 효력을 물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웠고, 시간도 부족했다는 반응이다. 특히 타인명의 대출, 연대보증, 보증위탁 등의 상황을 설정하고 대출은행이 각 관계자에게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묻는 제2문의 2문항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동환 한림법학원 민법강사는 “질문 형태는 단순했지만 제시된 권리유형이 다양하고 논리도 복잡해 시간 내에 답을 구성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첫날 치러진 헌법과 행정법은 무난했다는 분위기다. 헌법은 헌법소원의 적법성 여부, 성적 자기결정권의 한계 등 일반적인 문제들이 출제됐다. 행정법에서도 ‘불의타(불의의 타격·예상치 못한 손해라는 뜻의 민법용어)’는 없었다. 류준세 베리타스법학원 행정법 강사는 “예년과 달리 특이판례로 구성된 문제가 등장하지 않아 문제풀이에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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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민소법 전략과목서 복병으로
상법은 보험법, 합병무효 등의 출제로 수험생과 전문가들 예상이 그대로 적중했다. 다만 거의 매년 등장했던 어음수표법은 올해는 출제되지 않았다.
‘복병’은 민소법이었다. 민소법은 형사소송법과 더불어 많은 수험생이 전략과목으로 꼽는 것 중 하나다. 각각 민법·형법의 절차법으로 타 과목에 비해 공부량이 많지 않고, 사례 위주의 ‘딱 떨어지는’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훌쩍 높아진 난이도로 인해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 박모(30)씨는 “원래 고득점을 하려고 별렀던 과목인데 너무 못 본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창한 한림법학원 민소법 강사는 “논점은 명확했으나 지문이 워낙 길고 복잡해 수험생들이 크게 당황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셋째 날 과목들도 기본쟁점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하는 수준으로 평이하게 출제된 편이었다. 형법은 인질강도 착수시기에 따른 범인의 죄명,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죄 등을 물었다.
형소법도 공범자 진술의 증거능력, 피해자 권리보장 문제 등 수험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출제됐다. 다만 범죄용의자의 검찰송치기한을 묻는 제1문의 1문항은 주어진 날짜들을 바탕으로 계산을 해야 해 다소 까다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이철 베리타스법학원 형소법 강사는 “전체적으로 쉽고 분명하게 출제됐다.”면서도 “수험생들이 극도로 피곤한 상황에서 계산문제를 접해 조문을 찾다 시간만 보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평가 좌절할 필요 없어”
이재연·남상헌기자 oscal@seoul.co.kr
2010-07-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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