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 앞 40여그루 고사 위기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을 조성하면서 세종로 중앙분리대에서 옮겨 심은 100살 된 은행나무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특히 정부중앙청사 앞쪽에 심은 은행나무 40여그루는 한여름인데도 은행잎이 듬성듬성 달리는 등 말라 죽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100살짜리 최고령 은행나무 등 15그루 중 14그루를 정부중앙청사 앞에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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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 100살 된 은행나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 작은 사진은 주변에 이미 심어져 있던 은행나무로 잎이 무성하다.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
2008년 11월 은행나무를 옮겨 심을 당시 조경 전문가들은 은행나무의 수령이 너무 많아 고사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시는 큰 문제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서울시는 18일 “나무종합병원에 진단을 의뢰한 결과 이식한 은행나무 29그루 중 청사 앞에 이식한 3그루가 나뭇잎을 내지 못하고, 이미 나온 나뭇잎도 노랗게 변하는 황화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어 “은행나무가 아직 자리를 못 잡으면서 몸살을 앓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서울시가 “이식 후 6개월이 지나 지금은 나무들이 새 토양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밝힌 것과 반대되는 의견이다.
서울시는 “지난겨울 폭설로 광화문 일대에 많이 뿌려진 염화칼슘이 땅밑으로 흘러들어가 나무들이 시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종합청사 주변에 이미 심어져 있던 은행나무들은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서울시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시된다.
서울시는 “생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조경 전문가들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수령 100년 된 은행나무가 영양상태 불량으로 이번 겨울을 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소영·한준규기자 symun@seoul.co.kr
2010-08-19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