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부위원장·사무처 관건…출연연 미해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 위상 및 기능 강화를 위한 정부안이 1일 발표되면서 과학기술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국과위로 하여금 과학기술 관련 예산배분조정권 등 사실상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총괄토록 한다는 것이 이번 방안의 골자다.
정부는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비상설 기구에 불과했던 국과위를 대통령이 위원장인 사상 첫 상설 행정위원회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방안에 대해 과학계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국가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문제가 심심찮게 불거져온 상황에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 직속 상설 행정위원회로서 국과위가 제대로 기능할지는 부위원장,상임위원,사무처 구성 등 구체적 방안이 아직 제시되지 않은 만큼 성공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대통령이 직접 과학기술예산 총지휘”
이번 방안은 교육과학기술부,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3개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무엇보다 기재부가 갖고 있는 정부 연구개발(R&D)의 예산권의 75%를 새 국과위가 관장한다는 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런 비율은 인건비 등 경직성 예산을 제외하고 사실상 대부분의 R&D 예산 배분·조정권을 국과위가 장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예산집행의 사후 평가까지 수행하는 국과위의 위원장을 대통령이 직접 맡는다는 것은 범부처적 조정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국과위는 현재도 대통령 직속의 비상설 심의기구로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그 위상이 상설 행정위원회로 대폭 강화되는 가운데서도 지금처럼 대통령 소속으로 역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으로서 상설 행정위원회를 ‘지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관련 민간위원회에서는 국과위 위상 강화를 위해 상설화와 함께 장관급 위원장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상설 행정위원회 성격의 국과위가 범부처 이해관계가 걸린 연구개발 예산을 논의하는 만큼 직접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더구나 중앙 정부기관의 행정위원회는 총리실,장관 산하에도 둘 수 있지만 대통령 소속으로 둠으로써 총괄조정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과위 사무국을 교과부에서 분리,사무처로 확대·독립하되 사무처 구성원은 관련 부처로부터 이관된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해 공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국과위 실제 운영안 최대 관건=이번 정부 방안은 국과위가 출범해 운영됐던 국민의 정부와 직전 참여정부 때와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과학기술 정책의 범부처적인 종합조정기구로 국과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했다.또 과학기술처가 과학기술부로 격상됐고 과기부 장관이 국과위의 간사를 맡음으로써 범부처적 정책조정을 주관했다.
하지만 당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조사분석 평가를 기초로 한 예산조정 등에서 국과위의 위상이 확고히 정립되지 않았고 과기부도 실질적 위상이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현 정부 직전 참여정부에서도 국과위는 대통령 직속으로 존속했다.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초기 과기부를 부총리 부처로 승격시켰으며 그 산하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했다.
과기부 장관이 부총리와 국과위 부위원장으로 격상됐고,국가 R&D 예산의 조정·배분권이 과학기술혁신본부에 부여됐다.
이와 동시에 과학기술계 연구회를 국과위로 이관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기본 연구비와 인건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볼 때 이번 대통령 직속 상설 행정위원회 성격의 국과위 개편안의 성공 여부는 장관급 부위원장 1명,차관급 상임위원 2명,사무처 등의 역할과 운영이 핵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상설 위원회란 측면에서 이번 개편안의 국과위 사무처는 역할만 놓고 보면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혁신본부와 유사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이번 정부안도 사무처 인원은 과기혁신본부 당시와 마찬가지로 120명 내외로 될 것으로 발표됐다.
특히 이번 개편안은 장관급 부위원장과 차관급 상임위원 2명이 국과위에 직접 배치됨과 동시에 상설 위원회의 업무를 직접 관장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은다.
실제로,직전 참여정부에서는 과기부 차관과 과기혁신본부 차관의 기능이 일부 중복돼 역할 정립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또한 과기부 부총리가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를 상대로 과학기술정책을 총괄조정하기에는 이 조직들이 너무나 막강해 현실적으로 조정 능력에 한계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120명 내외의 사무처에 민간 전문가들이 얼마나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상임대표 민경찬)’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새롭게 강화되는 국과위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는 기구로서 향후 과학기술정책 수립에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과학기술계 현장의 의견이 원활하게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정부출연연기관 통할권 조정,통폐합 구조조정 문제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국과위 산하로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둘지에 대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고려대 행정학과 함성득 교수는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관 포럼에서 “직전 참여정부에서는 정부출연 연구소들 실질적인 조정권이나 예산권을 갖지 못한 기초,공공,산업 등 3개 위원회로 분산시킴으로써 이들과 부처 간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어 연구회 제도 도입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과실연은 출연연 개편에 대해 “독립성과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속한 시일내에 마무리해 출연연과 대학을 비롯한 과학기술계의 연구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정착시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