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문화축제 축사 요청 거절
동성애자 문화축제 공식 초청을 받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끝내 축사를 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16일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 12일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친구사이’가 시민발언대 ‘할 말 있어요’를 통해 오는 24일부터 퀴어문화축제에 박 시장이 참석해 축사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박재경 친구사이 대표는 “박 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 ‘서울시장이 되면 동성애자 단체들을 찾아오겠다’고 약속한 것을 잊지 않기 바란다.”고 상기시켰다. 이를 두고 동성애자 단체 등에서는 박 시장이 동성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전국 첫 자치단체장이 될 것인지 관심이 쏠려 있었다.
우필호 시 인권팀장은 “박 시장은 축사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 사정을 잘 아는 이들 사이에선 취임 이후 거침없는 소신 행보를 보여 온 박 시장조차도 보수 개신교계의 동성애 반대 공격 앞에서는 소신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 관계자는 개인의견을 전제로 “233개나 되는 보수단체와 개신교 단체들이 이 문제를 정치적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상황에서 시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2-05-17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