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정지의 요건으로는 ①집행정지의 대상이 되는 처분의 존재 ②본안 소송이 계속 중일 것 ③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할 필요가 있을 것 ④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을 것 ⑤본안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아니할 것 등이 있다.
처분 중 침익처분에 대해서는 집행정지가 인정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거부처분에 대해서 집행정지가 가능한지 여부는 해석의 여지가 많다. 판례와 다수의 견해는 거부처분의 경우 그 효력을 정지하여도 신청인의 법적 지위는 거부가 없는 상태, 즉 신청 시의 상태에 돌아가는 것에 그치므로 그 효력정지를 신청할 이익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판례와 다수의 견해는 현실적인 면에서 불합리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처분청이 자격 시험등록을 거부한 경우 임시구제를 인정하지 아니하면, 본안에서 승소하더라도 시험을 치를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 행정법상 집행정지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민사상 가처분을 신청하는 수밖에 없는데, 본안이 행정소송의 관할에 속하면서 임시구제는 민사법원에 신청한다면 법원의 관할에 관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또한 처분의 상대방에게는 수익적 처분이지만,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제3자효 행정행위에 대해서 집행정지가 가능한지의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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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살펴볼 대법원 2000무17결정은 거부처분과 제3자효 행정행위에 관하여 집행정지신청을 한 것에 대한 결정이다. 사안을 간략히 살피면, 대한항공이 종전에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노선배분을 받고 노선면허를 신청하였는데, 건설교통부장관은 운수권 배분 이후 1년 이내에 노선권을 행사하지 않아 노선면허신청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노선면허 신청을 반려하고, 바로 이어 아시아나항공에 운수권을 배분하고 노선면허를 발급해 주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운수권 배분 및 노선면허에 관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경쟁 항공회사에 대한 노선면허처분으로 인하여 신청인이 받을 불이익은 노선의 점유율이 감소됨으로써 경쟁력과 대내외적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감소되고, 연계노선망 개발이나 타항공사와의 전략적 제휴의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 노선에 관한 노선면허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 그러한 손해는 사실적·경제적 손해에 불과하고, 처분의 효력정지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집행정지신청을 각하하였다.
2013-02-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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