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사이버검정고시센터 오픈… 초·중·고 과정 무료수강
경기 성남지역 민간청소업체에서 운전을 하는 한모(45)씨는 “아들 녀석이 ‘아빠는 고등학교 졸업했어’라고 물을 때면 온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30여년 전 부친의 사업실패로 중학교조차 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은아들 녀석도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부모의 학력과 직업을 기재하는 가정통신문을 가져올 텐데 걱정이 태산이다. 그동안 직장생활하면서 야간학교라도 다니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문제와 시간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이런 한씨에게 20일 희소식이 전해졌다. 성남시가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시민들을 위해 이날 사이버검정고시센터를 오픈했다. 시 평생학습센터와 연동돼 중·고교 입학자격, 초·중·고교 졸업자격 등 검정고시 전체 3개 과정 1576개 강좌를 인터넷을 통해 무료 수강할 수 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경제적 부담 없이 공부를 할 수 있어 13만명으로 추정되는 고졸 미만 시민들에게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수강 및 교육 대상은 20세 이상 성인과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 등이다. 유학이나 조기 졸업을 위해 학업을 그만둔 청소년들은 이용할 수 없지만 쉼터·보호관찰소·복지관 등이 특별한 이유로 요청할 경우 허용된다. 교육과정은 중입, 고입, 고졸 검정고시 과정 등 초·중·고교 학력 전 과정이며 교재비를 제외한 수강료는 없다. 검정고시 합격률을 높일 수 있도록 단계별로 개념완성, 기출분석, 실력완성, 최종 파이널(단기완성+특강) 등의 콘텐츠로 구성됐다.
수강신청은 평생학습센터 홈페이지(lll.seongnam.go.kr)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하고 신청하면 된다.
최영일 시 교육지원과장은 “학력은 개인의 자존감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기준”이라면서 “학업을 이어가고 싶어도 생계와 병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시민들을 위해 집에서도 학습이 가능한 사이버검정고시센터를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3-03-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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