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洞복지 허브화’ 통장 사례 발표회
“시간과 마음을 조금씩만 더 낸다면, 복지 통장 어렵지 않습니다.”조 통장은 지난 4월 구정 홍보물을 전달하다 우연히 발견한 어르신의 사례를 얘기했다. 홀로 계신 95세 할머니는 오래되고 낡아 어두침침한 집에서 눈까지 어두워 더 희망이 없이 살고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젊을 때 농약이 들어가 한눈을 실명했고 다른 쪽 눈은 백내장, 녹내장으로 수술까지 했으나 차도가 없었단다. 게다가 고혈압으로 약을 먹고 있고, 치아도 별로 없어 김치를 갈아서 먹거나 오이냉국 같은 가벼운 마실 거리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런데 따로 사는 아들이 있었다는 점. 그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지 못했다. 이 문제를 고민하다 동주민센터에 문의했다. 결국 노인생활 안전관리사가 정기적으로 할머니 댁을 방문해 근황을 확인하기로 했다.
지난해 여름 때의 기억도 꺼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파킨슨병을 앓는 70세 할아버지였다. 지붕은 비가 새고, 벽엔 곰팡이가 가득했다. 보일러는 고장 나 따뜻한 물도 없었다. 집주인은 미국에 있어 연락조차 잘 닿지 않았다. 동주민센터에 다시 상담했더니 직원들이 달려와 비가림 천막을 설치하고, 사회복지관에서 도배를,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보일서 수리를 맡아 해결해줬다.
조 통장은 “우연찮게 어르신들 집을 방문해서 저간의 사정을 듣고 동주민센터에 알린 것은 아주 사소하지만 그 덕분에 독거노인 분들이 정말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휴대전화에는 홀로 되신 동네 어르신의 전화번호가 20개 정도 있는데, 그런 경험 때문에 이분들을 살펴보는 게 더욱 중요한 일이 됐다”고 덧붙였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3-06-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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