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무원들 부담 커져 불만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A(46) 경위는 13일 경비 절감 지시로 야간 근무 인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야간 취약 시간에는 순찰 인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휴일 근무자가 자원근무를 하는데 이를 한 달에 3회까지만 하라고 지시받았다”면서 “야간일수록 치안 사각지대가 많은데 근무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대전의 지구대에 있는 B(33) 경위는 “비번 경찰관의 야간 자원근무 시간대를 기존 저녁 6시~새벽 6시에서 밤 9시~새벽 4시로 5시간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시간당 인건비 1만원을 아끼기 위한 것인데 그보다는 범죄 예방 활동이 더 중요하지 않으냐”고 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현장 업무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출장비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국세청 직원은 “요즘 한 달에 7~9일 정도만 출장을 승인하기 때문에 경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출장 횟수에 제한이 없던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업무는 늘고 자기 부담은 많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관세청 직원 역시 “관내 출장비를 1만원에서 6000원으로 줄여 업무가 폭주하는데도 택시도 잘 못 탄다”고 했다. 국무총리실은 과장급 이상의 관외 출장비를 하루 4만원에서 1만원으로 줄였다.
보건복지부는 복사용지, 사무용품 등에 들어가는 경비를 줄였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예산 절감폭이 미미해 연가보상비를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이 많아 마음대로 연가를 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근무를 하면서 서류상으로만 휴가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법적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불만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올 4분기 예산에서 출장비, 공공요금, 급식비, 교육훈련비, 업무추진비 등 기본경비의 15%를 삭감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각 부처에 내려보냈다. 8월까지 지난해보다 세금이 6조원가량 덜 걷히는 세수 부족 상황에서 가능한 한 정부 부처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보자는 의도였다.
이영범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셧다운이 된 상황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해 경찰과 소방서의 기능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가 수행할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치안 등의 분야는 예산을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3-10-14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