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8명 “이국 생활 큰 도움”
“빡빡하고 긴장된 이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동화책을 만드는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전문가도 아니고 완벽하지도 않지만 우리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책이 다른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해요.”(결혼이주여성 장홍희씨)
결혼이주여성들이 고국의 전래 동화를 한글로 옮긴 동화책을 만들어 눈길을 끈다. 서울 금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최근 ‘무지개 자조 모임의 재미있는 각 나라 전래 동화’를 펴냈다고 4일 밝혔다. 130쪽에 이르는 책엔 ‘등불 이야기’(김순화), ‘거꾸로 된 복(福)자 유래’(왕쑈단), ‘중국 설날 이야기’(장홍희), ‘올챙이 엄마 찾기’(황쑤머이·이상 중국), ‘엄지왕자’(사이토 아키·일본) 등 이야기 다섯 편이 담겼다.
한 달에 두 번씩 모였다. 고국에서 발간된 책을 가져오고 인터넷을 통해 보여 주기도 하는 등 고국의 전래 동화를 서로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기초 단어부터 문장, 문단에 이르기까지 한글도 꼼꼼하게 공부했다. 콘티를 짜기 위해 시험 삼아 미니책도 만들었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책 제작에 들어갔다. 알록달록 글씨를 쓰고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혔다.
고국의 문화를 쉽고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수차례 수정 작업을 반복한 끝에 지난달 마침내 20권을 찍어 냈다. 책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지역 도서관에 비치됐다. 앞으로 무지개 모임은 손수 제작한 동화책을 가지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동화 구연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지역 축제 때 발표회를 열 계획도 짜고 있다.
금천구 관계자는 “결혼이주여성들이 힘을 합치고 센터 직원, 금천구, 서울시 등과 협력해 다문화 동화책이 나올 수 있었다”며 성숙한 다문화 사회를 일구기 위한 지원을 다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