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기업뿐만 아니라 업종전반의 정보접근성·영향력 포괄 판단
주식 백지신탁이란 공직자가 직무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일정 금액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운영된다.
공직자윤리법을 보면 재산공개 의무가 있는 고위 공직자와 재경 분야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된 주식을 3천만원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정 후보는 지금까지 국회에서 보유 주식과 관련 없는 상임위원회에 소속돼 있었기 때문에 백지신탁을 하지 않았지만 시장으로 당선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고도 주식을 계속 보유하려면 취임일로부터 한 달 안에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하고,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보유한 주식도 모두 합산돼 심사 대상이 된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최장 60일간 보유 주식의 직무관련성을 심사해서 결론을 내리게 돼 있다.
정 후보가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있을지는 결국 직무관련성 기준과 위원회의 구성에 좌우된다.
정 후보 측은 현대중공업이 조선 부문을 주축으로 하는 기업으로, 서울시 인허가 업무와 관련성이 없고 다른 계열사도 거래 실적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령은 직무관련성을 단순히 해당 기업의 인허가나 조달계약과 시 업무의 직접적인 관련성만으로 좁게 해석하지는 않는다.
13일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직무관련성은 ‘주식 관련 정보에 관한 직접·간접적인 접근 가능성과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게끔 돼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는 보다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보유 주식을 발행한 기업의 경영 또는 재산상 권리에 관한 상당한 정보를 입수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서 ▲해당 업종에 관한 정책 또는 법령의 입안·집행 직무 ▲수사·조사·감사 및 검사 직무 ▲인가·허가·면허 및 특허 직무 ▲조세 조사·부과·징수 직무 ▲법령상 지도·감독 직무 ▲예산 편성·심의·집행 또는 공사·물품 계약 관련 직무 ▲사건 심리 또는 심판 직무 중 하나에 해당하면 직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여기에 열거되지 않은 직무여도 심사위원회가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하면 직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정된다.
법령에 근거하면 단순히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오일뱅크 주력사업의 인허가권을 서울시가 행사하느냐 또는 조달계약을 체결했느냐가 아니라 업종에 관한 정보 접근 가능성과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포괄적으로 따져서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현대중공업 주식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결정했다. 이 전 시장은 이에 따라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심사위원회는 당시 ‘지방자치단체장은 직무범위가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보유주식을 백지신탁하거나 처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현대중공업 주식 보유와 관련 “기업 및 경제 관련 정보에 사전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와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직무연관성을 판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며 “대통령, 시도지사,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이 기준을 적용, 포괄적으로 직무연관성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6년과 현재 심사위원회의 구성이 달라 다른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되는데, 임명·위촉권자는 대통령이다. 이 가운데 6명은 국회와 대법원장으로부터 3명씩 추천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권에 기우는 구성으로 볼 소지가 있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주식백지신탁심사제도를 운영하는 안행부는 정 후보 보유주식의 직무관련성과 관련, 극도로 말을 아꼈다.
안행부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직무관련성은 선거 결과에 따라 당선자가 취임한 이후 주식백지신탁위원회가 판단할 영역”이라고 전제하고, “결과를 가정해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공직자가 직무관련성 판정을 받고도 주식을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결정이나 이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행정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안행부 관계자는 그러나 “선출직 공직자가 보유 주식 문제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강행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