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 포부
새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임종룡(56) NH농협금융지주회장의 일성(一聲)이다. 임 후보자는 17일 NH농협금융지주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당국은 코치가 아니라 심판”이라면서 “심판은 선수들이 공정한 룰에 따라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현 정부 첫 제대로 된 인사”
“현 정부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인사를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임 후보자에 대한 관가 및 금융권 안팎의 평은 우호적이다. 인물 평에 인색한 편인 변양호(행정고시 19회) 전 보고펀드 대표가 사석에서 “선배로는 이헌재, 후배로는 임종룡”을 꼽은 일화도 있다. 금융위원장 교체설이 나올 때마다 후임자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명박 정권에서 장관(국무조정실장)을 지냈음에도 다시 중용된 데는 그의 업무 능력과 합리적 성품 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제갈공명이 와도 못한다’는 복마전 성격의 농협금융지주에 들어가 ‘관피아’(관료+마피아) 잡음 없이 회장 직을 무난하게 해낸 것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좋은 점수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원만해 각을 세워야 할 때 세울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설 연휴 직전에 수장이 교체될 것을 낌새채지 못한 금융위원회는 잠시 ‘멘붕’이었으나 후임자가 임 후보자라는 소식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임 후보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행정고시 24회 동기다.
임 후보자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가장 중요한 일은 금융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5가지 원칙도 제시했다. 금융 본연 기능 활성화, 기술금융 보완 발전, 규제의 틀 전환, 시장질서 확립 등이다. 따라서 금융 정책과 감독 방향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임 후보자가 다른 관료 출신들과 가장 차별화된 부분은 민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며 금융사를 직접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임 후보자가 범금융 대토론회에서 건전성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주목된다. 당시 그는 “개인정보, 금산분리, 금융실명제 등은 금융위가 혼자서 풀 문제가 아니다”라며 “금융사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금융당국이 노력하지 않아도 건전해지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는 만큼 건전성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일은 금융 개혁”
IT·금융 융합, 모험자본시장 활성화, 기술금융 확대 등 임 후보자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 건전성 확보와 금융감독의 업무를 강화하는 한편, 보신주의와 관료적 사고에서 벗어나 정부 정책에 쓴소리할 수 있는 역할을 금융위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5-02-18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