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동 ‘복지 허브화’ 어떻게
보건복지부가 20일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읍·면·동 복지 허브화(중심지)’ 구상은 복지사업이 예전보다 늘었는데도 복지 사각지대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고민에서 비롯됐다.올해 복지정책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123조 4000억원으로 국가 전체 예산의 31.8%를 차지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복지사업이 6000여개에 이르는데도 복지 사각지대의 비극은 끊이지 않고 있다. 복지 전달체계가 매우 복잡해 사업만 즐비할 뿐 도움이 필요한 주민에게 복지 서비스가 제대로 지원되지 못해서다.
읍·면·동 복지 허브화는 복지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복잡한 전달체계를 단순화하면서 파괴된 지역공동체를 되살리는 작업과도 맞닿아 있다. 이웃의 숟가락 숫자까지 알고 지내던 ‘이웃사촌’의 역할을 읍·면·동 복지주민센터에 맡겨 동네를 돌며 사각지대를 발굴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행정자치부와 협의해 복지 경력자로 하여금 읍·면·동장을 맡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황에 따라 지역공동체 복원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구상이긴 하지만 문제는 인력이다. 복지부가 행자부와 협의해 2017년까지 읍·면·동에 단계적으로 배치하기로 한 복지 공무원 4800명 정도로는 ‘찾아가는 서비스’는커녕 찾아오는 복지 수요자를 상대하기도 벅차다. 결국 북가좌1동 사례처럼 증명서 발급 등 단순 행정 업무는 무인발급기 등을 이용하게 하고 행정 공무원을 복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오를 수 있는 직위가 한정돼 있어 승진 가점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 급여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재정 부담은 오로지 지자체의 몫이다. 정부는 충원되는 순수 복지 공무원의 급여만 일부 분담한다.
행정에서 복지로 지자체 공무원 사회가 대전환하는 일인 만큼 행자부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복지 체감도를 높이려면 읍·면·동 주민센터가 지역 주민을 위한 진정한 복지센터로 거듭나야 하는 만큼 읍·면·동이 맞춤형 복지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복지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가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6-01-21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