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 ‘열혈 덕후’ 김영택씨
지난 50년 동안 인구가 줄어들기만 하던 전남 구례군에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해 구례군에 귀농·귀촌으로 정착한 사람이 685명에 이르는 등 2012년 2만 777명에서 2016년 2만 7412명으로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6년 전 학생수 11명으로 폐교 위기에 시달리던 용방초등학교 학생은 5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16명이 다니는 유치원도 생겼다. 모두 처음에는 용방농공단지란 다소 딱딱한 이름으로 추진되던 구례자연드림파크가 2014년 문을 열면서 생긴 변화다. 열정적인 공무원들이 이 같은 기적을 낳았고 그중 한 명이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4급으로 퇴직할 때까지 40년을 구례군을 위해 산 김영택(60)씨다. 김씨는 19살에 구례군 9급 토목직 공무원으로 시작해 59살에 4급 서기관으로 퇴직했다.
|
김영택씨 |
시작은 아이쿱 생협이 물류센터를 짓기 위해 땅을 물색한다는 것을 알고 아이쿱에 투자해 줄 것을 제안하면서부터다. 김씨는 “좋은 기업이 들어와야 구례군이 산다고 생각했다”면서 “아이쿱에 금전적 지원은 못하지만 행정적 지원은 원하는 대로 뭐든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조례 등을 제정해 아이쿱을 적극 지원했고, 아이쿱은 물류센터를 지으려던 계획을 확대해 15만㎡에 달하는 거대한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직원도 500여명에 이르고 3년 동안 생산한 금액도 12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주변에서 ‘왜 잘 모르는 아이쿱에 구례군 땅을 다 내주느냐’고 비난했다. 그때마다 농사를 지으면 맘대로 팔 수 있는 친환경 유통회사의 필요성을 알렸다.
“항상 후배들에게 말합니다. 돈 벌려 하지 말라고. 공무원에게 첫째는 국민이고 그다음은 지역이라고.” 떳떳하게 공직생활을 마친 퇴직공무원의 어깨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글 사진 구례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2017-03-20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