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된 조례 개정 예고에 상인들 “재산권 박탈과 마찬가지”
市 “감사원 ‘형평성 위배’ 지적…법령상 공유재산 권리금 불인정”9월 말 시행… 市가 경쟁입찰
지난 8일 서울시는 임차권 양도 허용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 개정 이유로는 “임차권 양수·양도 허용 조항 탓에 지하상가가 시 소유의 공유재산임에도 불법 권리금이 발생하고, 다른 시민들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어 사회적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시의회의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례로 양도·양수를 허용하는 것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이라는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고 밝혔다. 감사원도 지난해 10월 시 감사에서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시는 이달 말까지 조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서 9월 정기시의회 의결을 거쳐 지하상가 임차권 양도를 금지할 계획이다.
대부분 지하상가는 1970∼1980년대 지하철 개통, 방공대피시설 설치와 함께 지하통로가 생기면서 형성됐다. 민간이 개발하고 조성해 장기간 운영한 뒤 기부채납 형태로 1983년부터 시에 반환했다. 이후 시는 1998년 임차권 양도 허용이 포함된 지하상가 관리 조례를 제정했다. 시 관계자는 “민간이 운영할 당시 상인들이 보증금을 냈는데 그 기업이 파산하면서 손해를 보게 돼 서울시가 임차권을 양도할 수 있게 길을 열어 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서울시 조치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남대문지하상가에서 25년째 출판 및 사무기기 판매업을 하고 있는 이봉주(73)씨는 “민자 유치 당시 아파트 두 채 값을 내고 상가로 들어왔는데 이제 와서 수십년 동안 허용해 온 양도·양수를 못 하게 하는 건 재산권 박탈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최소한 기간을 유예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대차 양도가 금지되면 빈 점포는 서울시가 회수해 경쟁입찰로 새 주인을 찾는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경쟁입찰제를 시작해 최고가를 적어내는 사람에게 점포를 임대해 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에는 상인들이 권리금에 대한 보상을 시에 요구할 수 없게 돼 있다. 행자부와 감사원의 지적으로 조례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7-06-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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