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정폭력 방지대책’ 발표
경찰 응급조치 ‘피해·가해자 분리’ 추가접근금지 ‘특정 장소→특정 사람’ 변경
2차 범죄 막게 자녀 면접교섭권 제한
시설 입소 피해자 자립 500만원 지원 앞으로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관이 가해자를 현장에서 즉시 체포하게 된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면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그러나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제도라고 비판받고 있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를 유지하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여성가족부는 27일 법무부, 행정안전부, 경찰청과 합동으로 브리핑을 갖고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전처 살인사건 이후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우선 개선이 시급한 부문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다음달 말에는 중·장기대책을 담은 ‘여성폭력방지 국가행동계획’이 발표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경찰관이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즉시 격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순히 폭력행위 제지, 가정폭력 행위자·피해자 분리 등으로 이뤄진 가정폭력처벌법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가 추가된다. 피해자를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기존 대책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임시 조치를 위반했을 때 벌금과 징역 등 제재 수단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임시 조치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다. 접근금지는 거주지와 직장 등 ‘특정 장소’에서 피해자, 가정구성원 등 ‘특정 사람’ 중심으로 변경한다.
경찰의 가정폭력 사건 대응력도 강화한다. 범죄유형별·단계별 가정폭력 사건 처리지침을 마련하고, ‘재범 위험성 조사표’도 실정에 맞게 개선한다. 가정폭력 112 신고 이력 보관기관은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현장 종결된 사안도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여가부는 피해자의 경제권을 보호하기 위해 내년부터 가정폭력 피해자 전문 자립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과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에 6개월 이상 입소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1인당 500만원 내외의 자립 지원금을 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처벌법의 전면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정 보호를 우선시하는 내용의 가정폭력처벌법 제1조는 논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법에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꾼다’는 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상 가정폭력 피해자는 일반범죄 피해자와 다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에서 여성계의 요구 사항이었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폐지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가정폭력 정도가 심하고 재범 우려가 높을 때만 가해자를 기소유예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기소유예 제도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당장 폐지를 논의할 상황은 아니다. 효과와 관련해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8-11-28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