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만명 찾는 장성군 청렴교육
올해만 대구·부산 등 20여곳서 예약완료총 1270개 기관·단체 7만 8000여명 수료
청백리·문화재·장성호 수변길 연계 추진
프로그램 성공에 주민 직접 소득 37억원
매년 새해가 되면 장성군 간부 공무원들은 황룡면에 있는 청백리 박수량 선생 묘와 그의 청렴한 생을 기린 백비를 찾아 청렴을 다짐하며 새해를 시작한다. 올해 신년 다짐을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장성군 제공 |
매년 새해가 되면 군 간부 공무원들은 황룡면에 있는 박수량 선생 묘와 그의 청렴한 생을 기린 백비를 찾는다. 이 앞에서 청렴을 다짐하며 새해를 시작한다. 박수량 선생은 1546년(명종 원년) 청백리에 올랐던 조선시대 문신이다. 39년간 관리생활을 하며 호조판서까지 올랐지만, 임종할 때 ‘시호도 주청하지 말고 묘 앞에 비석도 세우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을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살았다. 장례를 치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해 나라에서 대신 치러줬다. 명종은 박수량 선생의 행적을 글로 찬양하는 것도 누가 될까 염려해 아무런 글도 새기지 않은 백비(白碑)를 세우게 했다.
송흠 선생은 청백리 포상을 다섯 번 받은 중종 시대 인물이다. 51년간 관직에 있으면서 처자와 하인이 굶주림을 면할 정도로만 생활했다고 한다. 당시 지방관이 부임지로 갈 때 전임 고을에서 가장 좋은 말 일곱 마리를 받은 게 관례였지만 자신과 부인, 어머니가 타고 가는 말 세 마리로 간소하게 행차해 백성들은 ‘삼마태수’라고 칭송했다. 장성의 청렴 교육은 이러한 박수량과 송흠 선생 유적지, 전국 최대 규모의 축령산 편백림 등 유무형 자원을 엮어 청렴을 체험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두 청백리 생애를 시대적 흐름에 맞춰 해석한 특강과 관련 유적지를 돌아보는 체험으로 구성됐다. 청렴 정신의 상징인 박수량의 백비, 송흠의 관수정(전남도 문화재 자료 100호), 호남 유일의 사액서원인 필암서원 등 많은 문화 자원과 편백나무 인공조림지인 축령산을 한데 묶었다. 이같이 교육 내용을 다양하게 편성한 게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장성의 청렴 교육은 꾸준히 변화 발전해왔다. 초반에는 청백리 관련 유적지와 축령산을 묶은 교육을 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조선시대 청백리 생활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신청백리 체험’, ‘사가독서 체험’, 축령산 편백나무 숲에서 진행되는 ‘편백 힐링 체험’ 등 여러 과정이 만들어졌다. ‘청렴’을 테마로 풍부한 정보와 시각 자료를 한데 모은 ‘청백리 전시실’도 발길을 잡는다. 박수량 선생 묘 입구에 교육 참여기관 이름이 적힌 마크를 부착하는 ‘백비 전시실’을 만들어 교육생에게 자긍심을 주고 있다. 조지연 군 평생교육센터 소장은 “장성은 박수량 선생의 백비와 송흠 선생을 기리는 정자 관수정을 비롯해 호남 유일의 사액서원인 필암서원 등 청렴과 관련한 역사 자원이 풍부하다”며 “기관 요구에 맞게 내용과 일정을 조정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많은 단체가 꾸준히 오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한국관광공사에서 걷고 싶은 길로 선정한 ‘장성호 수변길’과 100만여명이 다녀간 ‘장성황룡강 노란꽃잔치’를 안내하는 등 신구 관광자원을 연계 활용해 청렴 교육과 힐링 관광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참여 기관·단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천연염색이나 농촌 체험, 쿠킹클래스 등 지역 내 농업법인이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해 교육을 보다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탄탄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덕분에 한번 참여한 기관은 다시 장성을 찾는다. 청렴 교육의 성공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된다. 교육이 당일, 1박 2일, 2박 3일 등 3가지 일정으로 짜여 있어 음식점과 숙박시설, 지역특산품 판매 등으로 상가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장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