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가 재난이다] <4> 코로나 청년 잔혹사
증발하는 청년… 고립되는 청춘
지난해 청년 고용시장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유례없는 ‘빙하기’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5~39세 인구 중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 규모는 32만 1654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의 1.5배 수치다.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인 ‘확장실업률’도 25.6%(지난해 7월 기준)로 2015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확장실업률은 공식 실업률이 노동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실업자 외에도 주당 36시간 이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식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잠재 구직자 등을 포함해 산출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3% 늘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에 몰려 있고, 코로나로 더 큰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면서 “특히 20대 여성은 이제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더 크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7만 5000명의 자영업자가 폐업했다. 30대 중반의 박주호(가명)씨는 지난해 9월 인천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방에는 팔다가 재고가 된 독수리연이 쌓여 있었다. 다른 쪽에는 그가 노점으로 했던 솜사탕과 달고나 기계가 있었고, 인근 공터에는 그의 푸드트럭이 주차돼 있었다. 주호씨가 생전에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보여 주는 흔적들이다. 그의 형은 “주호가 안 해 본 것이 없다. 결혼도 미루고 열심히 살던 녀석이…”라며 애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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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유품에 드리운 이야기 홀로 떠난 비정규직 민준씨 3평 방엔 ‘오피스텔’ 책 한 권 |
유품을 손수 거둔 박 이사는 “현장에 나가면 청년들의 절박한 상황이나 아픔이 느껴진다”며 “자식 같은 이들이 채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심화시킨 사회적 관계의 단절감은 정서적으로 시한폭탄의 뇌관 같다. 스스로를 고립 청년으로 소개한 장현태(24·가명)씨는 코로나19 이전까지 쉼터 친구들이 유일한 사회적 관계였다고 했다. 가족과의 연결도 끊어진 그는 경기도의 한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했다. 나이가 차 쉼터를 나온 뒤 하루 12시간씩 주 6일 동안 하던 식당 일도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 후 그만뒀다.
장씨는 그해 3월부터 6월까지 경기 성남의 반지하방에서 단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세상과 단절된 고립감과 우울감도 커졌다. 장씨는 “쉼터에 있을 때는 그곳 사람들과의 유대감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동력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관계들이 다 끊기면서 악순환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우울증 위험 진단을 받고 고립 청년들의 회복을 돕는 민간단체 ‘리커버리센터’에서 공동체 생활 중이다. 주지영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이제까지 자살 예방 대책은 중장년과 노년층 위주였고, 청년층에 대해서는 ‘젊으니깐 이겨내라’는 방식에 그쳤다”면서 “고립과 우울감, 경제적 박탈감 등 청년층의 심리 회복을 돕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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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격차가 재난이다] 인터랙티브 사이트 QR코드 |
2021-02-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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