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硏 “그 집 살았던 친일파 알려야”
주민들 “윤 전 대통령 친일파로 오해 우려”
“가옥을 관광자원화하면서 그 집에 살았던 친일파들에 대한 설명을 뺄 수 있느냐”(민족문제연구소)
윤보선 전 대통령(1897~1990) 생가 등 윤씨 집성 가옥에 ‘친일행적 안내문’을 설치하는 것을 놓고 마을 주민들과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갈등을 빚고 있다.
충남 아산시는 10일 둔포면 신항리 윤 전 대통령 생가 옆 마당에서 ‘해평윤씨 일가 친일행적 안내문 설치’ 주민설명회를 연다고 9일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
신항리 1구 이장 임춘길(63)씨는 “윤 전 대통령은 20대 때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여운형 등과 독립운동을 했다”면서 “우리 마을 해평윤씨 가옥 전체를 윤보선 생가처럼 생각하는데 윤보선 일가 중에 친일파가 있다고 해서 그런 안내문을 설치하면 윤 전 대통령도 친일파인줄 오해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씨는 “헌법이 연좌제를 금지한다”며 “임기가 짧지만 충청도 출신의 유일한 대통령으로 주민들 자부심이 컸는데 스스로 먹칠하는 것”이라고 했다.
2009년 국가지정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보고서’에 해평윤씨 5명이 올라 있고, 이 중 일제강점기 때 중추원 고문 등을 지낸 윤치호와 윤 전 대통령의 부친으로 중추원 참의를 지낸 윤치소 등 친일파 4명이 이곳 근대문화마을 가옥에서 태어났다.
박창봉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장은 “역사에는 명과 암이 있다. 윤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윤치호 등 친일파들이 태어난 마을인데, 모든 인물의 행적을 방문객에게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아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21-11-10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