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코끼리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불안을 자아낸 사건에 대해 서울시설관리공단 간부가 한 말이다.
P처장은 난동사고 이튿날인 22일 “아니, 처음엔 보고를 받고도 알아듣지 못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코끼리들이 수영장 터에 지어놓은 막사에서 빠져나왔다는 말인 줄로만 알았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늑대가 탈출했을 땐 무섭게 여겨지는 동물이라 시민들이 대비할 수 있었으나, 코끼리는 좀처럼 구경하기도 힘든 동물이어서 설마 하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몸집이 엄청난 코끼리들이 5시간이나 ‘거리의 무법자’로 돌아다닌 사건은 라오스 조련사들이 수칙을 어겨 빚어졌다고 한다. 원래 코끼리들이 울타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평일이라 손님이 적어 오후 2시30분 예정된 쇼를 취소한 게 빌미가 됐다.“이 틈을 타 조련사들이 딴에는 홍보를 하려고 했는지, 바람이라도 쐬려는 것이었는지 코끼리를 타고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상상도 못한 사고는 한 시간도 채 안 돼 터지고 말았다.
P처장은 “그래도 코끼리 여섯마리 가운데 한 녀석은 경찰서로 걸어들어가 ‘집단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자수했지 뭡니까?”라면서 “그런데, 경찰서 마당 기둥에 묶어놓았다는 말이 유치장에 가뒀다는 소문으로 번져 또다시 배꼽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한 시민은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인 지난 19일 대공원을 찾아갔을 때의 경험을 이렇게 귀띔했다.“코끼리 한 마리가 울타리에서 자기 코를 물어뜯는 발작을 되풀이했다. 코끝 20㎝는 벌겋게 물들었고…. 이유를 알게 된 것은 30m 정도 떨어진 옥외공연장에서 폭죽이 터졌을 때. 스트레스 때문인지 휴식시간엔 조용해졌다가 음악이 시작되자 또 코를 물어뜯었다.”
L(서울 광진구 구의2동)씨는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하고도 설마 했는데 집앞 골목길에 배설물이 흩어져 있어 알고 보니 코끼리 소행이었다.”면서 “보기에도 민망할 뿐더러 날씨가 따뜻해지면 냄새도 장난이 아닐 것 같다.”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진짜 사고원인이 무엇이냐는 의문도 대공원 안팎에서 고개를 들었다.
서울시청 기자실에서는 “먹이를 제대로 주지 않는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미증유의 사건이 벌어졌는데 원인을 제대로 캐낼 수 있겠느냐. 코끼리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코끼리가 유치장에 들어갈 수 있을까?”“코끼리 공연도 있었느냐?”는 등의 말이 오갔다. 홍보 효과를 보긴 본 셈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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