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대구 계명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준비 기간이 2개월에 불과한 그야말로 ‘초짜’ 수험생이다. 통상 시험 합격까지 1년남짓 걸리는 것에 비춰 그는 이번 시험을 “탐색전”이라고 규정했다.
이씨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해 대학을 졸업한 뒤 게임 그래픽디자인을 배웠지만 소질이 없고 미래가 불투명해 진로를 바꿨다.”면서 “7급도 생각해 봤지만 준비 과목이 많고 전공도 이공계라서 9급으로 정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일과는 여느 고3 수험생과 다를 바가 없다. 오전 6시쯤 일어나 학원에 도착하면 아침 강의을 시작으로 오전에는 빈 강의실을 찾아 주로 자습한다. 오후에는 매일 과목이 바뀌는 단과 수업을 듣고 보통 10시까지는 학원에 남아 자리를 지킨다. 대개 자정쯤 잠자리에 들며 시험에 집중하려고 컴퓨터 게임, 친구와 담도 쌓은 상태다.
노량진 학원가에 위치한 7·9급 공무원 고시학원은 수도하듯 공부하는 5급 행정고시와 달리 인근 재수학원 냄새가 물씬 풍긴다. 독서실에서 책을 쌓아놓고 준비하는 ‘은둔 칩거형’의 행정고시생과 달리 ‘출퇴근형’이 주류를 이룬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때우는 모습이 흔하며 학원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며 답답한 속내를 푸는 모습도 그렇다. 학원 로비에는 단과·종합반 개설 포스터가 빼곡하다. 시험일이 가까이 오면 문제풀이반이 성행하기 마련이다.
희소메가스터디고시학원 관계자는 “10월 서울시 공무원 공채에 대비해 문제 풀이반을 개설했는데 개강 열흘 전에 400∼500명의 정원을 이미 채웠다.”면서 “공무원 수험생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고 전했다.
수험생에게는 스터디도 빼놓을 수 없는 준비 과정에 추가된다.2월 서울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권수미(25·여)씨는 스터디만 두 곳에 가입한 상태다. 행정학과 국사 과목은 매주 한 차례씩 4∼5명이 모이는 스터디 그룹에서 보충한다. 권씨는 “암기 과목까지 스터디하는 것은 자칫 나태해지기 쉬운 마음을 수험생끼리 서로 잡아 주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대학 재학 때부터 일찍 준비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수도권 H대 컴퓨터학과 휴학생인 박종철(25)씨는 군복무를 마친 뒤 지난 1월부터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었다. 박씨는 “20세를 갓 넘긴 수험생도 많다.”면서 “학원비는 고시학원에서 강의실 정리 등을 담당하는 지도원으로 활동하며 무료 수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2005-09-1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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