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둘째아이를 낳고 복직한 기획예산처의 여직원이 청사내에 마련된 모성보호실에서 유축기를 이용하는(사진 위) 동안 동료 직원들이 휴게실 내부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획예산처 제공 |
모유 수유를 하기 위해 27일 점심 무렵 서울 반포동 기획예산처 건물 2층 ‘모성보호실’을 찾은 문명선(33·민자사업관리팀 근무)씨. 올 1월 둘째를 낳고 지난 3일부터 출근하기 시작한 문씨는 14일 문을 연 ‘모성보호실’의 첫 수혜자다. 복직해서 1주일간은 집에서 가져온 무거운 유축기로 화장실에서 젖을 짜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집에 가져가 딸에게 먹이곤 했다. 하지만 모성보호실이 생기고 난 뒤로는 오전·점심·퇴근 전 등 하루에 세번씩 모성보호실에 비치된 유축기를 사용하고 있다. 문씨는 “누가 들어올까봐 마음을 졸이거나 눈치볼 필요도 없고, 아이에게도 덜 미안하다.”고 말했다.
기획처 여직원모임인 ‘아미회’ 회장으로 ‘모성보호실’을 직접 꾸민 주상희(39)씨 역시 지난해 10월 아이를 낳은 뒤 복직하면서 모유 수유를 중단했다.“이런 시설이 조금만 빨리 생겼더라면 모유수유를 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린 그녀는 “다른 여직원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반겼다.
10평 남짓한 공간에는 침대 2개와 널찍한 소파, 의자, 옷장, 냉장고 등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다. 유축기 2대와 젖병 살균기 1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소형 컴포넌트가 갖춰져 있다. 바닥에 전기 단열재를 깔아 뜨끈한 온돌방과 같은 효과를 낸 것이 눈에 띈다. 이렇게 꾸미는데 1800만원이 들었다. 예산을 아낀다며 벽지 등 인테리어는 여직원들이 품앗이로 직접 했다. 아미회 회원뿐 아니라 여성 서기관·사무관·주사 등 100여명이 사용한다.
주상희씨는 “지난해 추진하다 예산 문제로 미뤄 놨는데 지난 3월 모성보호실을 마련하라는 지침이 내려 왔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처가 앞장서 출산지원책을 실행에 옮긴 것.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최고의 직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개관식에 변양균 장관이 직접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모성보호실’이라는 이름이 딱딱하다는 지적에 새 이름도 내부 공모중이다.
소모품은 여직원회가 77명의 회원으로부터 매월 2000원씩 걷는 회비에서 부담하고 비품·집기 구입은 기획처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 부처중 모성보호실이 있는 곳은 기획처 이외에 조달청과 여성부, 서울 검찰청사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민간기업들에 친(親)가정문화 정착만 강조하기에는 부끄러운 정부의 ‘성적표’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2006-04-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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