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가 유화정책을 고수하면서 일단 극단적인 충돌은 피한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만큼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총리실 산하 주한미군대책기획단은 17일 평택 주민대표들로 구성된 이주 반대단체인 ‘팽성대책위원회’에 공식 대화를 제의했다. 기획단은 대책위 주요 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18일 오전 10시 평택시청에서 만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책위측은 평택범대위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하루 전날 전화를 해서 무작정 다음날 만나자는 것은 개인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인지,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반박했다.
때문에 김춘수 기획단 부단장 등 정부대표들은 이날 오전 평택시청에서 40여분을 기다렸으나, 만남을 갖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김 부단장은 “이번 대화 제의는 평택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라는 총리의 지시에 따른 정부의 첫 조치였다.”면서 “19일쯤 대책위에 다시 정식공문을 보내 다음주 중으로는 대화를 가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지난 4일 행정대집행(강제 퇴거)으로 정부와 평택 주민간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였으나, 한 총리는 12일 평택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문 발표 등을 통해 이해찬 전 총리와는 차별되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러나 대처 방식을 두고 정부내에서 ‘한지붕 두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총리가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엄단방침은 외면한 채 포용만을 강조, 정책의 일관성 및 공권력의 위상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17일 한 총리 주재로 열린 ‘평화적 집회·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공동위원회’에서는 불법·폭력 시위에 가담한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원 중단 방안을 상정했으나, 민간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 총리는 20일이면 취임 한달을 맞는다. 한 총리가 스스로 밝힌 ‘민생 총리’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직면한 갈등과제인 평택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