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눌프와 스눌피의 단식
지난달 26일 서울대공원에 둥지를 튼 세계최초의 복제늑대 ‘스눌프(Snuwolf·1995년 10월생·♀)와 스눌피(Snuwolfy·〃)가 10일째 동반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날로 녀석들이 대공원에 들어온 지 만 10일째지만 그간 먹은 것이라곤 개 사료용 400g짜리 소고기 통조림 한 통씩이 전부다.
세계최초로 복제에 성공한 늑대라는 화려한 꼬리표 외에도 대가 끊긴 한국늑대의 명맥을 이어줄 희망이라는 명분까지 갖춘 귀하디귀한 녀석들이 약속이나 한 듯하다.
보통 야생동물들은 사육사가 음식 조절을 해주지 않으면 먹이가 식도까지 차오를 때까지 먹는다. 언제 먹잇감이 다시 생길지 몰라 많이 먹어두는 야생의 습성 탓인데 늑대의 경우 먹다 정 안 되면 남은 고기를 땅에 파묻어 숨길 정도다. 이 때문에 동물들이 먹이를 멀리하는 것은 곧 몸에 이상이 있다는 적신호로 인식되기도 한다. 당연히 동물원은 발칵 뒤집혔다.
●“닭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바로 진료팀이 나서 늑대들을 종합검진했지만 다행히도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뒤늦게 밝혀진 이유는 닭 때문이었다. 어려서부터 서울대에서 자란 복제늑대들의 주식은 닭이다. 하지만 조류독감을 우려한 대공원측이 금지된 생닭 대신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주자 녀석들이 단식으로 항의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말 조류독감이 시작된 이후 서울대공원에는 ‘생닭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음식을 익혀 먹는 사람에겐 괜찮지만 날고기를 먹는 육식동물들에게 생닭은 조류독감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통 육식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닭, 쇠고기, 돼지고기 순이다.
“닭은 뼈부터 살까지 함께 먹을 수 있어 오도독하니 씹는 맛도 좋고 영양도 어느 하나 치우침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사육사들의 해석이다. 동물들이 좋아하는 고기의 가치는 육류의 소비자 가격과 다른 셈이다.
어쨌든 급해진 사육사들이 개 사료용 쇠고기 통조림으로 유인해 봤지만 늑대들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동물원도 덥석 닭을 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김경식 사육사는 “통조림 등 다른 방법을 써보겠지만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한 생닭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까지 늑대들의 단식농성은 현재진행형이다. 농성 10일째. 생닭을 가운데 두고 복제늑대들과 사육사들이 벌이는 기싸움에서 결국 누구 손이 올라갈지 궁금해진다.
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7-4-5 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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