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사회적 약자 위한 배려 ‘부족’
전세계 건설 노동자들의 ‘블랙 홀’인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는 한 낮 온도가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열기 속에서도 공사가 한창이다.
중동 최초 에너지거래소가 들어설 20만명 규모의 신도시 루세일(Lusail) 건설공사, 두바이의 ‘팜 아일랜드’에 견줄 만한 인공섬 ‘펄 아일랜드(Pearl Island)’ 프로젝트, 세계 최초로 코넬대 의대와 카네기멜론대 경영·컴퓨터공학대학 등 미국 명문대학 5개를 모은 1000만㎡ 규모의 교육도시 조성공사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30만명에 불과했던 카타르 인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급증하면서 지금은 1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카타르 전체 고용인구 중 70% 정도가 외국인이다. 하지만 공사 현장이나 건설 노동자들의 집단거주지에서 공중화장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알 카야린 카타르 공공사업청장은 “연간 15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순유입되고 있다.”면서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이는 상당수 중동 국가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쉐이카 갈리아 카타르 보건청장도 “인간 존엄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로서 화장실 문제는 중요하다.”면서 “또 시설 못지 않게 인식 전환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장실 개선→가치 존중
이슬람 국가에서는 용변을 본 뒤 물로 씻는 ‘비데 문화’가 발달해 있다. 때문에 도심 건물 내에 위치한 대부분의 공중화장실은 위생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문제는 위생이 아니다.
서구 문명과 도시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의 경우 화장지가 없는 전통 화장실이 대부분이다. 또 남자들도 원피스와 유사한 고유 복장인 ‘잘라비야’를 입는 탓에 공중화장실에 소변기가 없고, 이 때문에 남녀 화장실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 공중화장실이 상당수다.
오만 보건부 차관은 “여성들의 노출을 제한하고 있지만, 공중화장실이 없어 이를 무색하게 한다.”면서 “공중화장실 개선은 문화적·종교적 가치를 지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jang@seoul.co.kr
2007-8-3 0:0:0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