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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헐~ 웰빙 바람에 바나나도 못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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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식사이야기(중)<55>

‘고릴라 입에 들어가는 바나나를 뺏어라.’

서울대공원 동물원 유인원관에 특명이 떨어졌다. 지난달부터 로랜드 고릴라 한 마리당 하루 1㎏씩 주던 바나나의 양을 차츰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이다.



고릴라가 제일 좋아하는 바나나를 줄이란 말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게 하라는 말과 같다.

●특명 바나나를 줄여라

8일 동물원에 따르면 ‘바나나 줄이기’는 고릴라의 건강을 위한 일종의 식단조정이다.

고리롱(♂·1969년생)과 고리나(♀·1978년생)가 하루 소비하는 먹이량은 각각 4㎏ 정도다. 사과, 바나나 등 과일이 2.3㎏, 배추·셀러리·양배추·고구마·당근 등 채소류가 1.8㎏, 여기에 영양균형을 위해 매일 계란 4알과 우유 0.6ℓ가 제공된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 진갑 다 지난 고릴라 부부를 위해 몸에 좋은 웰빙식단의 제공이 필요했다.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칼로리와 양을 맞춘 식단이 아닌 나이와 체중, 영양 밸런스 등을 과학적으로 계산한 식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체식단은 준비과정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일본 우에노와 캐나다 토론토, 타이완 타이베이 동물원 등에 자료를 요청했고 다른 나라의 고릴라 식단도 두루 분석했다.

●두부나 귀뚜라미도 먹어 보렴

나이 든 녀석들이라 당분 등이 지나치면 필요 없는 군살이 붙기 쉽고 당뇨도 우려된다. 반면 단백질과 비타민 등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동물원 측은 매일 2.3㎏씩 주는 과일의 양을 줄이는 대신 셀러리, 양배추 등 채소량은 늘리기로 했다. 또 부족한 단백질을 채워줄 영양식으론 살아 있는 메뚜기가 선택됐다.

이외에 사람에게도 좋다는 두부, 브로콜리, 오이, 버섯 등 소위 웰빙건강식도 넣어줄 예정이다. 하지만 몸에 좋은 것이 입에 달지는 않은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 식탐이 많아 남편 밥상까지 넘보는 고리나도 양배추가 남으면 모자처럼 머리에 쓸지언정 더 먹지는 않았다. 먹으라는 귀뚜라미를 보고 달아나기 일쑤인데 200㎏이 넘는 녀석들이 2.5㎝도 안 되는 곤충에 놀라 도망 다니는 모습은 누가 봐도 난센스다.

어쨌든 동물원측은 5월까지 계속 메뉴를 바꿔 가면서 건강식단을 짤 계획이다. 동물영양사 최정락씨는 “결국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식단을 차려 주는 것이 목표”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먹이를 제공한 뒤 선택권은 동물에게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8-4-9 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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