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편의” 요구땐 NO… 대통령 참석한다니 OK
경남도청 주차장에 창원시 공영자전거 ‘누비자’의 터미널 시설이 뒤늦게 설치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많다.21일 경남도와 창원시에 따르면 지난 3일 창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축전을 앞두고 창원시는 도청 안에 누비자 터미널을 서둘러 설치했다. 이 대통령은 축전 행사 때 이 자전거 터미널을 둘러본 뒤 보관돼 있던 자전거 1대를 직접 타고 도청에서 창원광장까지 이동했다.
누비자 터미널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빌려 타거나 반납하는 공용자전거 주차장으로 창원시내에 101곳이 설치돼 있다.
창원시는 지난해 7월부터 도청 안에 누비자 터미널을 설치하기 위해 경남도에 협조공문을 보내 간청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민원 주차장도 부족한데 웬 자전거 주차장까지 설치하자느냐.’, ‘이용 검증이 되지 않은 시설을 설치했다가 흉물로 방치될 수 있다.’ 등이 거절 이유였다.
창원시 관계자는 “창원시 동, 서의 중간에 있고 넓은 공원으로 조성돼 있는 도청은 평소 시민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서 자전거붐 확산을 위해 터미널 설치가 꼭 필요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도청안 누비자 터미널 설치에 난색을 보였던 도는 도청 및 창원광장에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자전거축제 행사가 예정되자 태도를 바꿔 자전거 터미널 설치에 동의했다.
도·시청 안팎에서는 경남도가 도청 안에 자전거 터미널 설치를 꺼리다가 갑자기 설치하게 된 배경에는 잠재적인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박완수 창원시장과 김태호 경남지사 간의 미묘한 관계가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박 시장은 창원시를 자전거 수도로 만들겠다며 자전거 타기를 역점 시책으로 추진해 왔으며, 누비자 터미널은 자전거 타기의 핵심 시설이다.
창원시 한 공무원은 “경남도로서는 박 시장의 시책이 김 지사의 안방인 도청 안까지 ‘침투’하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겠지만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 때문에 터미널을 설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청 주변에서 자전거를 자주 이용하는 한 시민은 “주민편의를 위해 진작 만들었어야 할 시설인데도 계속 버티다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하자 마지못해 나선 것은 전시행정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2009-5-22 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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